'남편 10년 불륜' 이혼 앞두고 4억 증여? 변호사들 “절대 안될 일”
'남편 10년 불륜' 이혼 앞두고 4억 증여? 변호사들 “절대 안될 일”
분노에 찬 재산 처분, ‘재산은닉’으로 간주돼 오히려 독이 될 수도

남편의 외도로 이혼 시 재산을 지키려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은 '재산은닉'으로 위험하다. / AI 생성 이미지
10년간 이어진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아내. 배신감에 이혼을 결심했지만, 생활비를 아껴 모은 4억 원이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이혼 소송 직전 두 자녀에게 돈을 모두 증여해 재산을 지키려던 계획, 과연 최선일까?
법률 전문가들은 만장일치로 '절대 안 된다'고 경고했다. 자칫 재산 은닉으로 간주돼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상간 소송 시효부터 증거 확보, 재판 기간까지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현명한 이혼 전략을 짚어본다.
이혼 앞둔 4억 증여, 변호사들 “재산은닉, 최악의 자충수”
남편의 오랜 불륜에 상처받은 A씨는 이혼을 결심하며 자신이 모은 현금 4억 원을 두 자녀에게 2억 원씩 증여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이혼 직전의 거액 증여가 '재산분할 회피'를 위한 고의적 행위로 간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이혼 소송 직전, 배우자 동의 없이, 사실상 보유 현금 전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일시에 자녀 2명에게 나누어 증여하는 구조여서, 회피 목적을 부정하기 매우 어렵습니다”라고 명확히 지적했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 역시 “이혼 소송 '직전'에 전액을 자녀에게 증여하면, (i) 법원이 증여 전 재산을 여전히 보유한 것으로 보아 분할대상에 산입하거나, (ii) 재산은닉·처분으로 보아 분할비율에서 불리하게 반영될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법률사무소 한강 이주한 변호사는 “단순히 증여세를 납부했다고 하여 재산분할 대상에서 완전히 벗어난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라며, 섣부른 재산 처분이 오히려 불리한 쟁점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3년 시효' 아슬아슬… 끝나지 않은 외도가 반격의 열쇠
A씨가 남편의 불륜 사실을 처음 안 것은 2년 전. 상간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즉 상간소송의 소멸시효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다. 시효 만료가 1년밖에 남지 않은 아슬아슬한 상황.
하지만 변호사들은 아직 포기할 단계가 아니라고 조언한다. 남편이 별거 이후에도 내연녀의 집을 방문하고 생활비를 보내는 등 부정행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별거 이후에도 꾸준히 내연녀 집을 방문하고 생활비를 송금하는 등 부정행위가 이어지고 있다면, 이는 연속된 불법행위로 파악되어 소멸시효 기산점이 갱신되므로 소송 제기가 가능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평정 이시완 변호사도 “나아가 별거 이후에도 내연녀 집 방문·생활비 송금이 계속되었다면, 그 각각의 행위를 별개의 독립된 불법행위로 구성하여 시효 기산점을 별도로 주장할 수 있고, 이는 손해배상액 산정에도 유리하게 작용합니다”라고 덧붙였다.
10년이라는 긴 시간의 불륜 전체가 아닌, '현재진행형'인 각각의 외도 행위가 새로운 소송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남편의 송금·출국 기록, 법정에서 '판도라의 상자' 열린다
10년간 이어진 불륜과 내연녀에 대한 거액의 경제적 지원. A씨는 남편의 외도가 별거 이후에도 계속됐다는 증거를 확보하고 싶어 한다.
변호사들은 이혼 소송이 시작되면 합법적인 방법으로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이혼 및 상간 소송이 진행되면 법원을 통해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과 출입국기록 조회를 신청하여 필요한 객관적 증거를 합법적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호안 조선규 변호사 역시 “이혼 소송에서 금융거래내역은 법원의 사실조회나 문서제출명령으로 확보를 시도할 수 있고, 금융실명법상 비밀보장에도 법원 제출명령에 따른 제공 예외가 인정됩니다”라고 설명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남편이 내연녀에게 부부 공동재산을 유출한 증거를 찾아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섣불리 재산을 처분하는 것보다 훨씬 현명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재판 이혼, 1년 이상 각오해야…비용은 수백만 원부터
만약 합의나 조정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아 재판까지 가게 되면 시간과 비용은 얼마나 들까? 이혼 전문 변호사들은 쟁점이 복잡한 만큼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법무법인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재판 이혼으로 진행되는 경우, 1심 판결까지 통상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 소요되며, 재산분할·위자료 쟁점이 복잡하거나 상간소송을 병행하는 경우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변호사 수임료에 대해 홍윤석 변호사는 “수임료는 사안과 사무실에 따라 다르나, 보통 수백만 원 선에서 책정되는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답했다.
결국 A씨의 경우, 섣부른 행동에 나서기보다는 법률 전문가와 함께 장기적인 관점에서 증거를 확보하고 재산분할과 위자료 청구 전략을 꼼꼼히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