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부터 풀어주면 보증금 주겠다"는 집주인, 믿고 가압류 해제해도 될까?
"계좌부터 풀어주면 보증금 주겠다"는 집주인, 믿고 가압류 해제해도 될까?
전세금 4000만원 못 받아 통장 묶었더니…'동시이행' 아니면 위험

전세보증금 미반환으로 집주인 계좌를 가압류했다면, 보증금을 받기 전 가압류를 푸는 것은 위험하다. / AI 생성 이미지
세입자 A씨는 전세보증금 40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해 집주인 B씨의 은행 계좌를 가압류했다. 계좌가 묶이자 B씨는 "당장 가압류를 풀어주면 돈을 주겠다"고 연락해 왔다.
송금이 막혔으니 직접 와서 받아가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A씨는 B씨의 말을 믿고 가압류를 먼저 해제해 줘도 되는지, 혹시 모를 위험은 없는지 불안하다.
보증금은 물론, 그간의 지연이자 및 소송 비용까지 받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돈 줄테니 가압류부터 풀어라"…변호사들 "절대 안 돼"
결론부터 말하면, 돈을 받기 전에 가압류를 먼저 해제해 주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변호사들은 집주인의 '선(先) 해제' 요구에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인화 김명수 변호사는 "절대로 해제해 주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법무법인 호경 원영재 변호사도 "가압류를 풀어주면 집주인은 계좌를 자유롭게 사용하게 되고, 그 순간 질문자님이 가진 유일한 강제수단이 사라진다"며 먼저 풀어주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들이 제시한 가장 안전한 방법은 '동시이행'이다. 보증금 지급과 가압류 해제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인의로 강유진 변호사는 "원금과 합의된 지연이자·비용을 먼저 지급받거나 지급과 동시에 가압류취하서를 교부하는 방식이 가장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합의서 작성 시 임대인이 보증금을 질문자님의 계좌로 입금하는 즉시 가압류 취하 및 해제 신청서를 제출하겠다는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며 "보증금 입금이 확인되지 않으면 절대 취하 서류를 넘겨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집주인이 법원에 '해방공탁'을 걸면 바로 돈 받을까?
집주인이 계좌를 쓰기 위해 법원에 '가압류해방공탁'을 할 수도 있다. 가압류된 금액만큼을 법원에 맡겨 두고 계좌 동결을 푸는 절차다.
이 경우 세입자의 권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가압류의 효력이 묶였던 은행 계좌에서 법원에 공탁된 돈(정확히는 집주인의 공탁금 회수청구권)으로 옮겨갈 뿐이다.
하지만 세입자가 이 돈을 바로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집주인이 계좌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일 뿐, 이것만으로 질문자께서 즉시 공탁금을 수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공탁금을 받으려면 별도로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은 뒤, 압류 및 추심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따라서 집주인이 직접 돈을 주겠다고 한 지금, 동시이행 방식으로 직접 받는 것이 세입자에게 훨씬 유리하다.
보증금 4000만원에 이자·비용 300만원, 어디까지 받을 수 있나
A씨는 보증금 4000만 원 외에 소송비용과 지연이자, 위자료 등을 명목으로 300만 원을 추가로 요구할 수 있는지도 궁금해했다.
법적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큰 항목은 지연이자와 실제 들어간 법적 비용이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지연이자는 연 5%로 45일이면 25만 원 안팎이고, 임차권등기 비용이나 가압류 비용도 청구 근거가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위자료나, 묵시적 갱신 후 집주인이 강압적으로 월세를 올리려 했던 것에 대한 부당이득 등은 법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김명수 변호사는 "부당이득에 대해서는 임대인이 동의하지 않거나 법원의 판결이 없는 한 받기가 불가능할 것이고, 위자료는 청구하더라도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물론 합의 과정에서 A씨가 손해배상금 명목으로 300만 원을 요구하고 집주인이 이에 동의한다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법적 강제성은 약하므로 원금과 명확한 근거가 있는 비용을 우선 회수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라고 변호사들은 조언했다.
가압류 취소 시 내 담보금 돌려받으려면 '이 서류' 필수
가압류를 신청할 때 세입자는 법원에 담보금을 공탁하게 된다. 이 돈은 나중에 가압류를 취하한 뒤 '담보취소' 결정을 받아야 돌려받을 수 있다.
이 절차를 빠르고 간편하게 진행하려면 집주인의 협조가 필요하다. 보증금을 돌려받고 합의할 때 집주인에게서 몇 가지 서류를 미리 받아두는 것이 좋다.
법무법인 호경 원영재 변호사는 "담보취소 시 동의로 진행하면 회수가 더욱 빨라지므로 임대인에게 담보취소동의서, 즉시항고권포기서, 인감증명서를 함께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