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각자 관리' 선언한 남편, 10배 자산가 신부의 고민
'재산 각자 관리' 선언한 남편, 10배 자산가 신부의 고민
'호의'로 시작된 서점 돕기, 재산분할의 '빌미' 될 수도

예비신랑보다 자산이 10배 많은 예비신부가 만약의 이혼 상황에서의 재산 보호를 고민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의 '수입 각자 관리' 선언에 10배의 자산을 가진 예비 신부의 고민이 깊어졌다. 만약의 이혼 상황에서 혼인 전 재산을 온전히 지킬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배우자의 순수한 '호의'가 법정에서는 재산 유지·증식에 대한 '기여도'로 인정될 수 있다며, 재산을 숨기는 대신 명확히 분리하고 철저히 기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경고한다.
"각자 벌자"는 말에… 10배 부자 예비신부의 '재산 방어' 고민
결혼을 앞둔 A씨는 예비 신랑과 10배에 달하는 자산 차이를 극복하고 사랑의 결실을 보려 했다. 하지만 재산 관리 방식에 대한 예상치 못한 시각차가 발목을 잡았다.
A씨는 당연히 재산을 합칠 것이라 생각했지만, 상대는 "자신의 수입을 스스로 관리하고 쓰고 싶은 대로 쓰겠다"고 선언했다. 생활비만 공동 통장에 반씩 넣어 해결하자는 제안이었다.
이 말에 A씨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파트, 주식, 월세 수입이 주 자산인 A씨는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 서점도 운영 중이다. 예비 신랑은 이 서점 운영을 돕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주식 투자에도 이런저런 말을 건네지만 A씨는 이 모든 호의가 훗날 재산분할의 빌미가 될까 두렵다.
A씨는 "자산 운용에 대한 기여뿐 아니라 가사나 양육 또한 기여도로 인정받는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특유재산의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라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내 명의'라고 안심?…'호의'가 '기여도'로 둔갑하는 순간
법적으로 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은 '특유재산'으로,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다(민법 제830조). 하지만 법정의 문턱을 넘으면 현실은 달라진다.
이태준 변호사(클로저 법률사무소)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혼인 전 형성한 아파트·주식·예금 등은 원칙적으로 특유재산에 해당합니다. 다만 이혼 시에는 '명의'가 아니라 상대방의 유지·관리·증식 기여도가 인정되면 일부가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특히 A씨의 서점 운영을 예비 신랑이 돕는 행위는 위험 신호일 수 있다. 김전수 변호사(법률사무소 한강)는 "현재는 수익이 크지 않더라도 배우자가 지속적으로 운영에 참여하거나 사실상 공동사업처럼 운영될 경우, 향후 해당 사업체 가치 증가분에 대한 기여가 주장될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동규 변호사(법무법인 대한중앙) 역시 "서점 운영을 도우려는 호의가 추후 기여도로 둔갑할 수 있으므로, 무상 노동이 아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거나 운영 개입 범위를 문서나 기록으로 제한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라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하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숨기지 말고, 분리하고, 기록하라"…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
그렇다면 A씨는 어떻게 자신의 특유재산을 지킬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숨기는 것'이 아니라 '명확히 구분하고 기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김영오 변호사(법무법인 중산)는 "결국 특유재산 보호는 “재산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언제 어떤 자산을 어떻게 형성했는지 입증 가능하게 남겨두는 것입니다"라고 핵심을 짚었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첫째, 혼인 전 재산을 명확히 증명할 자료를 확보하라고 조언한다. 이동규 변호사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혼인 전 자산 목록과 가액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는 부동산 등기부등본, 주식 계좌 잔고 증명서, 예금 명세서 등을 시점별로 공증을 받아 보관해 두셔야 합니다"라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둘째, 재산을 철저히 분리 관리해야 한다. 특유재산에서 발생하는 월세나 주식 수익을 생활비 통장과 섞지 않고 별도 계좌로 관리하는 것이 재산의 성격이 모호해지는 것을 막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만능 열쇠 아닌 '혼전계약', 현실적 한계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부부재산계약', 즉 혼전계약을 떠올릴 수 있다. 민법 제829조에 규정된 제도로, 혼인 전 재산 목록, 수입 관리, 생활비 부담 등을 미리 약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한계도 분명하다. 정덕 변호사(법무법인 게이트)는 "혼인 전 재산 현황과 관리 방식을 정리한 부부간 재산약정을 활용할 수도 있으나, 재산분할을 완전히 배제하는 사전 포기 약정은 효력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구체적 설계를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재산분할청구권을 미리 포기하는 약정은 법원에서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수진 변호사(수앤인 합동법률사무소)는 한발 더 나아가 "현 우리나라의 법제나 판례의 경향상 단기간 파탄되는 결혼생활이 아닌한 혼인전 재산을 특유재산으로 인정받기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라며 법적 보호가 생각보다 취약할 수 있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결국, 결혼 전 재산 문제를 솔직하게 논의하며 합의점을 찾는 과정과 함께, 만약에 대비한 법적 장치를 꼼꼼히 마련하는 현명함이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