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만% 이자에 나체사진 협박…사채와의 전쟁 나선 경찰, 법적 포위망 바짝
연 1만% 이자에 나체사진 협박…사채와의 전쟁 나선 경찰, 법적 포위망 바짝
2,415명 짓밟은 '살인 이자'
경찰, 위장수사 카드 꺼냈다

불법사금융 대대적 단속 /연합뉴스
최근 급전이 필요한 청년 등에게 돈을 빌려준 뒤 연 1만%가 넘는 살인적인 이자를 뜯어내고 나체사진 유포를 무기로 협박하는 악질적인 불법사금융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범행에 경찰이 '위장수사' 도입 추진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꺼내든 가운데, 오는 11월 개정 부패재산몰수법이 시행되면 법정 최고이자율을 넘겨 챙긴 이자까지 범죄수익으로 전액 몰수·추징할 수 있게 되어 사채 범죄에 대한 법적 포위망이 더욱 촘촘해질 전망이다.
20만 원 빌렸다가 연 1만% 이자 늪으로…지능화되는 범죄
불법사금융의 덫은 20만 원 안팎의 소액에서 시작됐다.
최근 경찰에 덜미를 잡힌 한 불법사금융 조직은 2,415명의 피해자에게 평균 23만 원을 빌려준 뒤, 하루 이자로만 약 6만 6,000원을 챙겼다. 이를 연 환산 이자율로 따지면 무려 1만 507%에 달한다.
이들은 대출 조건으로 피해자들의 나체 사진과 동영상을 담보 명목으로 요구했다.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하면 해당 '담보'를 성인 사이트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잔인한 방식을 동원했다.
20만 원을 빌려주고 30만 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으로 갚게 하는 신종 '상품권 예약 판매' 수법을 통해 113명에게 2억 2,000만 원 규모의 미등록 대부를 진행한 일당도 함께 적발됐다.
피해는 30대 이하 청년층과 취약계층에 집중됐다.
전체 피해자 중 30대 이하 비율은 2021년 35.7%에서 지난해 44.8%로 크게 늘었으며, 직업별로는 일용직(약 34%)과 자영업자(약 27%)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텔레그램 등 보안성이 높은 소셜미디어와 대포폰·대포계좌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범죄 검거율은 4년 새 74.7%에서 61.0%로 떨어졌다.
한계에 부딪힌 단속…경찰, '위장수사' 카드 꺼냈다
범죄 건수가 4년 새 305%나 폭증하는 등 단속이 한계에 부딪히자, 경찰은 대대적인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전면전에 나섰다.
연간 20건 이상 사건이 접수되는 전국 105개 경찰관서에 전담수사관을 배치하고, 범행에 이용된 전화번호와 계좌를 신속히 차단하기로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대부업법 개정을 통한 '위장수사' 도입 추진이다.
현재 위장수사는 디지털 성범죄 등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으며, 경찰은 대부업법을 개정해 수사관이 신분을 숨기고 대출을 신청해 증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위장수사가 실제 법 개정을 거쳐 도입되더라도, 수사관이 적극적으로 고금리 조건을 유도하는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로 선을 넘거나 법원의 허가 범위를 벗어날 경우 수집된 증거가 법정에서 무효(위법수집증거) 처리될 위험이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제도 제정 과정에서 엄격한 수사 절차 준수와 피해자 동의 절차 마련 등이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초과 이자 환수 길 열린다"…강화되는 법적 포위망
현행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상 법정 최고이자율인 연 20%를 초과하는 이자 약정은 그 초과 부분이 무효이며, 미등록 대부업을 영위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나아가 오는 11월 개정 부패재산몰수법이 시행되면, 불법사금융업자가 챙긴 법정이자율 초과 이자 역시 '범죄수익'으로 간주되어 전액 몰수·추징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맞춰 경찰 역시 모든 대부업법 위반 사건에서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을 전면 신청하여 피고인이 범죄 수익을 빼돌리기 전에 원천 차단할 방침이다.
아울러 채무자의 나체사진을 요구하고 유포를 협박한 악질적 행위에 대해서는 단순 채권추심법 위반(협박)을 넘어,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 유포) 등 별도의 중범죄가 추가로 성립되어 가중 처벌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불법사금융을 통해 얻은 범죄 수익은 단 1원도 가질 수 없도록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수사기관의 방침과 개정 법률 시행이 맞물리면서, 사채 범죄를 향한 법적 포위망은 더욱 촘촘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