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때리려는 진상 손님 멱살 잡은 아버지⋯경찰은 '쌍방' 주장했지만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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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때리려는 진상 손님 멱살 잡은 아버지⋯경찰은 '쌍방' 주장했지만 결과는

2026. 03. 25 10:38 작성2026. 03. 25 10:38 수정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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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방위 인정까지 험난한 여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음식점에서 음식이 늦게 나왔다는 이유로 손님이 여성 사장을 때리려고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때 곁에 있던 사장의 아버지는 딸이 폭행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손님의 멱살을 잡고 뒤로 밀쳤다. 상대방 손님은 이를 폭행으로 경찰에 접수하면서 사건은 '쌍방 폭행'으로 진행됐다.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대법원이 정당방위를 인정한 사례는 단 14건에 불과하다. 수사 단계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된 통계는 아예 없을 정도로 그 입증이 매우 까다롭고 힘들다.


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유승민 작가는 "정당방위를 넓게 인정하는 순간 그것이 사적 제재를 용인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법원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좁은 바늘구멍을 뚫고 아버지의 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사건을 담당한 법률사무소 로앤이 노채은 변호사는 "아버님께서도 생각을 했을 때 그냥 탁 밀치면 공격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며 "최대한 제압을 목적으로 멱살을 잡아서 넘어지지 않게 밖으로 내보내려고 하는 정도의 행위에 그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CCTV에 담긴 '현재의 침해'⋯때리지 않고 밀어낸 '상당성' 인정


형법 제21조가 규정한 정당방위 요건 중, 이번 사건은 세 가지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첫째, '현재의 침해'가 인정됐다. 실제 폭행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손님이 손소독제를 던지려 하고 카운터를 넘어가려는 물리적 위협 모습이 CCTV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둘째, 방위행위의 목적성이다. 아버지가 상대를 주먹으로 때린 것이 아니라, 딸에게서 떼어내 가게 밖으로 내보내려는 수준에 그쳤다.


셋째, 물리력의 '상당성'이다. 조금만 선을 넘어도 곧바로 폭행으로 판단될 수 있는 물리력의 선을 넘지 않았다는 점이 수사기관에서 받아들여졌다.



"피해자는 도망가야만 하나요?"⋯수사기관의 편견 깬 변론


수사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왜 112에 신고하지 않고 직접 손을 댔냐"고 지적했다.


특히 피해자인 사장이 위협을 당하는 순간 주변 물건을 들고 던지려는 방어적 태도를 취했는데, 경찰은 이 CCTV 장면을 근거로 오히려 '쌍방 폭행'으로 해석하려 했다.


이에 대해 노채은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편견을 강하게 꼬집었다. 노 변호사는 "본능적으로 그래야 살 수 있다고 생각해 공격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경우도 있는데, 단순히 그것만으로 폭행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너무 일반화된 오류"라고 반박했다.


이어 "피해자라면 으레 겁먹고 숨고 도망가고 소극적이어야 한다는 생각들이 만연한 것 같다"며 "그걸 가지고 쌍방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편견에 가득 찬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법과 수사기관은 그동안 정당방위를 소극적인 보호·방어(도망) 수준으로 좁게 해석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먼저 신체 접촉이 있었음에도 제3자인 딸에게 닥친 현재의 위험을 막기 위한 행위로 인정받아 쌍방 폭행의 굴레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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