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리딩방 사기, '피해자 모일 때까지 기다려라'…이 조언 믿어도 될까
1억 리딩방 사기, '피해자 모일 때까지 기다려라'…이 조언 믿어도 될까
피해자는 '촌각을 다툰다'며 발 동동, 일부 법무법인은 '합동 고소' 제안…다수 변호사들 "기다리는 건 최악의 수, 즉시 단독 고소해야"

주식 리딩방 사기 피해 시, 합동 고소를 위해 다른 피해자를 기다리는 것은 위험하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1억을 잃은 가족에게 한 변호사는 '기다리라'고 했다. 촌각을 다투는 리딩방 사기, 과연 누구의 말이 정답일까.
어머니가 네이버 밴드 '주식 리딩방'에서 1억 원을 날렸다. 처음엔 몇만 원 수익을 내주며 믿음을 쌓게 하더니, 거액을 입금하자마자 리딩방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절박한 마음에 찾아간 법무법인에서는 뜻밖의 말을 들었다. "같은 사기꾼에게 당한 다른 피해자들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합동 고소를 합시다." 사기꾼들이 돈을 빼돌릴까 봐 피가 마르는 상황, 이 조언은 피해자의 가슴에 더 큰 돌덩이를 얹었다.
"피해자 모일 때까지 기다려라"…황당 조언에 무너진 가슴
"어느 세월에, 또 어떻게 다른 피해자를 모은다는 말입니까?" 피해자 가족의 절규다. 하루하루가 '골든타임'인 금융 사기 사건에서 '기다리라'는 조언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리딩방 운영자는 물론, 채팅에 참여했던 인원들마저 한통속인 '바람잡이'로 의심되는 상황. 범죄의 증거가 될 리딩방은 이미 폭파돼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시간은 사기꾼의 편이었다.
이처럼 일부 법무법인이 '합동 고소'를 제안하는 이유는 있다. 한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각자 고소해도 어차피 경찰·검찰에서 조사가 임계치를 넘겨야 최종 결정을 내리므로, 처음부터 힘을 모으자는 것"이라며 합동 고소의 논리를 설명했다. 수사력을 집중시키고, 변호사 비용을 분담하는 현실적 이점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피해자에게 최선일까?
"기다리는 건 절대 금물"…변호사들, '신속한 단독 고소'가 답
대다수 변호사는 '기다려선 안 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윤영석 변호사(법무법인 베테랑)는 "집단으로 고소하면 내부 의견 충돌로 진행 속도가 느려질 위험이 크다"며 "심지어 일부는 피의자 편으로 돌아서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혼자 움직여야 민사소송으로 피해 변제를 받거나 가압류를 하는 것도 부담이 적다"며 즉각적인 행동을 강력히 권했다.
서아람 변호사(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 역시 "집단소송을 기다리는 것은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김경태 변호사(김경태 법률사무소)도 "다수 피해자 모집을 기다리는 것은 오히려 피해 회복에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기꾼이 대포통장에서 돈을 인출하기 전, 단 1분 1초라도 빨리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피해 회복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계좌 지급정지'가 첫걸음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첫 번째 조치는 '계좌 지급정지'다. 이는 고소와 별개로, 피해 사실을 인지한 즉시 실행해야 하는 가장 시급한 절차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피해자는 사기범이 이용한 계좌의 금융회사에 즉시 지급정지를 요청할 수 있다. 경찰(112)이나 금융감독원(1332)을 통해서도 신고와 지급정지 신청이 가능하다.
이 조치로 사기 계좌에 돈이 묶이면, 채권소멸절차를 거쳐 남은 잔액을 돌려받을 길이 열린다. 반대로 망설이는 사이 돈이 모두 인출되면, 범인을 잡아도 피해금을 회수하는 길은 험난해진다. 법률 분석에 따르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입금한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요청"이며, 이는 합동 고소를 기다릴 이유가 전혀 없는 조치다.
총책은 해외에…그래도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
리딩방 사기는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둔 범죄 조직이 연루돼 검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조기현 변호사(법무법인대한중앙)는 "주범은 대부분 중국이나 필리핀에 있고, 경찰이 통장 명의를 빌려준 신용불량자 등 가장 아래 선만 특정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고소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서아람 변호사는 "미리 형사고소를 해두면 나중에 범죄조직이 소탕될 때 피해자로서 합의나 배상명령신청 등을 통해 변제받을 길이 열린다"고 조언했다. 당장 돈을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고소 기록을 남겨두는 것 자체가 미래의 회수 가능성을 위한 '씨앗'이 되는 셈이다.
김준환 변호사(법률사무소 필승)는 "주동자들뿐 아니라 계좌 주인 역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나 사기 방조범으로 함께 고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푼이라도 돌려받기 위한 싸움은, 바로 지금 시작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