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피해자 6명 중 2명만 '배상신청'... 돈 받을 확률, 과연 높아질까?
사기 피해자 6명 중 2명만 '배상신청'... 돈 받을 확률, 과연 높아질까?
형사재판 배상명령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법조계의 현실적 조언. 피고인의 감형 전략과 피해자의 피해 회복 가능성을 심층 분석했다.

배상명령 제도는 피해 회복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문일 뿐, 그 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는 피고인의 재산 상태에 달려있다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사기 피해자 6명 중 2명만 '배상신청'... 돈 받을 확률, 과연 높아질까?
사기 피해자 6명 중 단 2명만 법원에 돈을 돌려달라 요청한 상황, 피해자 A씨는 이것이 오히려 돈 받을 확률을 높이는 기회가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가해자의 첫 재판, 피해 변제를 위한 '배상명령' 신청서를 낸 A씨의 머릿속은 복잡한 질문으로 가득 찼다.
"재판 내용, 아무도 알려주지 않습니다"…법정 향하는 피해자의 막막함
A씨의 첫 번째 궁금증은 '재판이 끝나면 누군가 내용을 정리해서 알려주는지'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친절한 시스템은 없다. 다수 변호사들은 "재판 내용이 정리되어 공지되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법원은 재판 경과를 '공판조서(재판의 진행과 내용을 기록한 공식 문서)'라는 공식 문서로 남기지만, 이는 당사자가 직접 '열람·복사 신청(기록을 보거나 복사하게 해달라는 요청)'이라는 별도 절차를 거쳐야만 확인할 수 있다. 결국 가장 확실한 방법은 A씨처럼 직접 법정에 출석해 귀를 열고 손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피해 회복의 첫걸음은 이렇듯 피해자 스스로의 적극적인 관심에서 시작된다.
6명 중 단 2명만 신청…'선택과 집중' 합의 이뤄질까
A씨의 진짜 고민은 지금부터다. 6명의 피해자 중 단 2명만 배상명령을 신청한 상황. 이는 피고인에게 어떤 신호로 읽힐까.
법률 전문가들은 이를 '양날의 검'으로 분석한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감형(법원이 선고하는 형벌의 수위를 낮추는 것)이 지상 최대 과제다. 이때 모든 피해자가 아닌, 배상명령을 신청한 일부 피해자와만 합의를 시도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강민기 변호사는 "피고인이 감형을 원한다면 우선적으로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로 합의나 선처가 양형에 반영되므로, 신청자에게 먼저 접근하는 일이 흔하다"고 설명했다. 즉, 배상명령을 신청한 행위 자체가 피고인에게 '나는 적극적으로 피해를 회복할 의지가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합의 테이블의 우선순위에 오를 기회를 만드는 셈이다.
"배상명령은 '집행권원'일 뿐"…피고인 재산 없으면 '휴지 조각'
하지만 희망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법원이 A씨의 손을 들어줘 배상명령을 결정하더라도, 이는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확정된 배상명령은 민사 판결문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강력한 '집행권원(국가의 힘을 빌려 강제로 재산을 회수할 수 있는 권리 증서)'이 된다. 이를 근거로 피고인의 재산을 찾아 압류하는 '강제집행' 절차에 나설 수 있다.
문제는 피고인이 빈털터리일 경우다. 안영림 변호사는 "배상명령이 인용되더라도 피고인이 자의로 배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피고인 명의의 재산이 없다면 강제집행이 어려워 (배상명령은)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고 냉정한 현실을 지적했다.
결국 배상명령 제도는 피해 회복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문일 뿐, 그 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는 피고인의 재산 상태에 달려있다. 사기 피해자들이 형사 재판의 승패와 별개로 '내 돈'을 돌려받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