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제가 긁었다면 배상할게요" 이 한마디, 재물손괴 자백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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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제가 긁었다면 배상할게요" 이 한마디, 재물손괴 자백 될까요?

2026. 08. 14 12:43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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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3대 긁은 혐의로 검찰 송치 앞둬…CCTV엔 명확한 증거 없는 상황

공황장애를 앓던 A씨가 재물손괴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 / AI 생성 이미지

공황장애 치료 중이던 A씨는 과로와 어지러움으로 비틀거리다가 주차된 차들 옆을 스치듯 지났다. 그는 자신이 차량을 긁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얼마 뒤 경찰은 A씨에게 재물손괴 혐의가 있다며 조사에 나오라고 통보했다. CCTV에는 A씨의 손이 차량에 가까워지는 모습이 담겼지만, 실제로 긁는 장면은 명확하지 않았다.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주에게 연락해 “기억은 안 나지만 제가 손괴했다면 배상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경찰은 A씨의 사건을 검찰에 넘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A씨는 이 억울한 상황에서 처벌을 피할 수 있을까?


기억나지 않는 행동, CCTV에 남은 불리한 정황


A씨는 최근 주차 후 집으로 가던 중 어지러움을 느껴 주차된 차량들 가까이로 걸었다. 당시 공황장애 치료를 받던 중 과로가 겹친 탓이었다.


문제는 A씨가 차량 3대의 옆을 지나면서 손이 차 쪽으로 향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된 것이다. 한 차량의 블랙박스에는 A씨의 손과 차량 거리가 약 5cm로 보였고, 손에 무언가 반짝이는 물체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차량에 접촉하거나 긁는 장면이 명확히 확인되지는 않았다.


A씨는 당시 손에 전자담배를 들고 있었던 것만 기억날 뿐, 차량을 긁었는지는 기억이 확실하지 않다.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은 검찰에 사건을 넘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물손괴죄의 핵심, '고의' 입증 못 하면 처벌 불가


변호사들은 재물손괴죄가 성립하려면 '고의'가 반드시 입증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수나 과실로 남의 물건을 망가뜨린 경우에는 재물손괴죄로 처벌되지 않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게이트 김범석 변호사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은닉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다는 점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성립하며, 과실로 긁힌 경우에는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재물손괴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검사가 A씨의 고의를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하지 못하면 처벌은 어렵다.


법무법인 창세 김정묵 변호사는 “CCTV에서 실제로 차량을 긁는 장면이나 손에 든 물체가 명확하지 않다면 중요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법무법인 로어스 안태욱 변호사 역시 “단순히 차량 가까이를 지나갔거나 손을 뻗는 모습만으로는 부족하고, 질문자님의 행위와 차량의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가 객관적인 증거로 확인되어야 한다”고 했다.


섣부른 배상 제안, '자백'으로 해석될까


A씨에게 가장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정황은 차주에게 먼저 연락해 배상 의사를 밝힌 점이다.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과 모순되는 행동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든든 법률사무소 조수진 변호사는 “'손괴를 입혔다면 배상하고 싶다'는 발언은 상대방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다”며 “인정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검찰 단계에서 불리한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변호사들은 이 발언이 곧바로 범행 '자백'으로 단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법무법인로웰 김훈희 변호사는 “‘혹시 제가 손괴했다면 배상하겠다’고 말한 것도 조건부 피해회복 의사로 설명할 여지가 있으므로, 곧바로 범행 자백으로 단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예준 신선우 변호사 역시 기억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민사적 책임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할 수 있지, 고의 손괴를 인정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조언했다. 여러 변호사들은 경찰의 경고대로 피해자에게 더는 직접 연락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검찰 송치 이후,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변호사들은 검찰 송치가 유죄 확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지금부터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봤다. 우선 검찰에 사건이 넘어가면 수사 기록과 CCTV 영상 원본을 확보해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한강 김전수 변호사는 차량 3대를 하나의 행위처럼 뭉뚱그려 대응해서는 안 되고, 각 차량마다 증거 존재 여부와 기존 흠집 가능성 등을 개별적으로 구분해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찰이 증거가 있다고 하면서도 보여주지 않은 영상이 있다면, 검찰 단계에서 그 내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포 법률사무소 김윤환 변호사는 “기억이 불분명한 부분을 새롭게 추측하기보다 기존 진술을 토대로 CCTV 원본, 차량 손상 위치·형태, 기존 손상 가능성 등을 분석하여 고의와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황장애 치료 기록 등 당시 건강 상태를 입증할 자료를 준비하는 것도 고의가 없었음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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