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 “성경험 있냐” 질문…처벌될까?
게임 중 “성경험 있냐” 질문…처벌될까?
실명 닉네임에 성적 조롱… 통매음은 ‘애매’, 모욕죄는 ‘유력’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에서 실명 닉네임 이용자가 지인들 앞에서 성적 조롱을 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인기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실명이 포함된 닉네임을 쓰는 이용자가 지인들이 보는 앞에서 성경험에 대한 질문과 조롱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변호사들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의 핵심 요건인 '성적 욕망' 입증이 까다롭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실명이 노출된 만큼 '모욕죄'를 함께 주장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입을 모았다.
친구들 보는 앞에서 “해봤나요?”…실명 거론하며 성적 조롱
사건은 2026년 6월 22일 새벽 4시경,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팀 채팅창에서 벌어졌다. 이용자 A씨는 자신의 실명이 포함된 게임 닉네임으로 친구들과 함께 게임에 참여했다.
모든 팀원이 볼 수 있는 채팅창에서 A씨의 친구가 다른 팀원과 가벼운 언쟁을 벌이던 중, 갑자기 가해자로 지목된 이용자가 A씨를 향해 “섹스”라는 단어를 입력했다. 당황한 A씨가 “?”라고 반문하자, 가해자는 A씨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해봄?”, “00(A씨 실명)이 못해봤을거 같긴한데;”라고 채팅을 이어갔다.
A씨가 황당함에 “안 해봤어요”라고 답하자, 가해자는 “오오 보기 드믄 양반이네”라며 조롱을 멈추지 않았다. A씨는 “게임 내내 먼저 말을 걸거나 모욕적인 말을 하지 않았고, 친구들이 다 보는 앞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껴 충격이 컸다”고 호소했다.
'성적 욕망'의 덫…통매음, 게임 속 조롱엔 '엄격한 잣대'
A씨가 겪은 상황은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 이용음란죄, 이른바 '통매음'에 해당할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통매음이 성립하려면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입증되어야 한다.
법무법인 감명의 임지언 변호사는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 성적 요구 등이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실무상 통매음 성립 여부는 다소 애매하게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희재 변호사(법률사무소 시야) 역시 “상대방의 발언이 성적 욕망에 기한 것이라기보다 단순한 놀림이나 조롱으로 평가될 경우에는, 통매음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법원과 수사기관이 게임 내에서 벌어지는 일방적 비난이나 조롱에 대해 통매음 적용을 매우 엄격하게 제한하는 추세라는 점도 공통된 의견이었다.
'통매음'이 안 되면 '모욕죄' 있다…실명 노출이 '열쇠'
통매음의 문턱이 높다면 방법이 없을까? 다수의 변호사들은 '모욕죄'라는 또 다른 법적 카드를 꺼내 들었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게임 내 닉네임에 질문자님의 실명이 명시되어 있었고, 함께 게임을 하던 지인들이 대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목격했다는 점에서 모욕죄를 함께 검토하여 고소를 진행하는 것이 훨씬 실효성 있다”고 강조했다.
모욕죄는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공연성) 특정인을 상대로(특정성) 사회적 평가를 깎아내리는 표현을 할 때 성립한다.
법무법인(유) 에스제이파트너스의 윤승진 변호사 역시 “제3자인 친구들이 함께 있는 팀 채팅방에서 실명을 거론하며 성적 수치심을 주는 경멸적 언사를 했으므로, 형법상 모욕죄 성립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통매음과 달리 '성적 욕망'을 입증할 필요가 없어, 실명이 노출된 이번 사건에서는 오히려 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거 확보 최우선…'통매음+모욕죄' 동시 고소 전략은
전문가들은 법적 대응을 위해선 증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김수열 변호사는 “지금 당장 하셔야 할 것은, 해당 채팅 내용을 캡처하여 증거로 보관하는 것”이라며 대화의 전체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 확보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법무법인 도모의 고준용 변호사는 구체적인 전략으로 “고소 단계에서 통매음과 모욕죄를 동시에 주장해 죄책을 무겁게 구성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통매음을 주된 혐의로, 모욕죄를 예비 혐의로 함께 고소장에 기재해 가해자를 압박하고 처벌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결국 게임 속 성희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혐의 성립이 모호한 통매음에만 기대기보다 실익을 따져 모욕죄까지 아우르는 치밀한 법적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