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하려고 옷깃 잡았을 뿐인데"…하루아침에 폭행 피의자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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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하려고 옷깃 잡았을 뿐인데"…하루아침에 폭행 피의자 된 사연

2026. 03. 16 11:10 작성2026. 03. 17 08:41 수정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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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치기에 욕설까지 당하고도 내가 가해자

합의금 100만 원 내야할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지하철에서 부딪힌 후 욕설을 내뱉고 도망가는 상대를 붙잡았을 뿐인데, 하루아침에 폭행 피의자가 됐다.


신고하려던 정당한 행동이라 항변했지만, 경찰은 CCTV를 근거로 “유죄가 확실하다”고 말한다.


피해자는 100만 원이 넘는 합의금을 요구하고, 초범이라 기소유예를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해진 상황.


억울함과 법의 경계선에 선 한 남성의 사연이 법률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칼치기에 욕설까지"... 신고하려다 되레 폭행범으로

사건은 지하철 안에서 벌어졌다.


한 여성이 A씨에게 ‘칼치기’ 하듯 부딪히고는 그냥 가버렸다.


A씨가 혼잣말로 “뭐 하는 거야”라고 하자, 여성은 돌아서서 “반말하냐? 지X하네 병X” 등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A씨는 그냥 가려 했지만, 여성이 계속 따라오며 툭툭 치고 시비를 걸었다.


결국 A씨는 “신고할 거니까 역무실로 가자”고 대응했다.


여성이 계속 소리 지르며 도망치려 하자, A씨는 여성의 뒷목 옷깃을 잡았다.


약 3초 정도였고, 도망가지 못하게 등에 손을 대고 함께 걸어갔지만 근처에 역무실이 없어 발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여성이 신고했다며 다시 따라붙었고, 다른 역 엘리베이터 앞에서 A씨의 길을 밀치며 막기까지 했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상황은 A씨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경찰은 여성의 욕설은 ‘모욕죄’가 성립 안 된다고 본 반면, A씨의 행위는 ‘폭행죄’가 100%라며 입건 방침을 밝혔다.


얼마 후 담당 형사는 CCTV를 모두 봤다며 합의 의사를 묻는 전화를 걸어왔다.


"잡은 건 3초뿐인데"... 법의 넓고도 엄격한 잣대

A씨는 뒷목 옷깃을 잡고 3초간 함께 걸어간 행위가 어떻게 ‘폭행’이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는 '끌고 가려면 상대가 저항하거나 뿌리치는 행위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가 있다면 폭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로웰 김훈희 변호사는 “폭행죄는 반드시 때리거나 상해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무에서는 상대방을 잡는 행위, 밀치는 행위, 신체 자유를 제약하는 행위도 폭행으로 판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A씨가 신고 목적으로 옷깃을 잡은 행위 자체가 폭행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쉴드 조재황 변호사 역시 “접촉이 있으면 폭행은 성립할 수 있다”면서도 “신고를 위한 일시적 제지인지, 목을 움켜잡아 끌었는지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CCTV 영상이 결정적 증거가 되는 만큼, 영상에 나타난 물리력의 정도가 사건의 향방을 가를 핵심 열쇠가 된 셈이다.


"정당방위 아닌가요?"... 법의 냉정한 판단

A씨의 행동은 욕설을 하고 도망가는 상대를 붙잡기 위한, 일종의 정당행위나 현행범 체포로 볼 수는 없을까?


안타깝게도 법의 문턱은 높다.


법률 전문가들은 상대방의 행위가 물리적 공격이 아닌 욕설이었고, A씨의 행동은 소극적 저항을 넘어선 적극적 제지였다는 점에서 정당행위나 자구행위(스스로 권리를 지키는 행위)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신고 목적의 제지는 경우에 따라 현행범 체포 및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될 여지도 있으나, 전제가 되는 현행범성·체포 필요성 및 제지의 적정 한계가 쟁점이 된다”며 법리적으로 매우 엄격한 요건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즉, 경찰에 신고하는 등 다른 수단이 있었던 상황에서 직접 신체를 제압한 행위의 ‘상당성’을 인정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100만 원 합의금과 기소유예, 최선의 선택은?

이제 A씨 앞에 놓인 선택지는 많지 않다.


피해자는 100만 원이 넘는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합의금 100만 원에서 200만 원은 통상의 합의금으로 과하지 않다”며 “합의하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바로 종결되기 때문에 합의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 절차가 중단된다.


반면 합의가 결렬될 경우, 초범이라도 기소유예를 장담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기소유예를 목표로 한다면, 무작정 혐의를 인정하고 돈이 없다고 호소하는 것은 최악의 수라고 경고한다.


결국 A씨는 합리적인 선에서 합의를 시도하되, 여의치 않다면 사건 경위와 참작 사유를 적극적으로 피력해 선처를 구하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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