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대로 했을 뿐" 내일부터 출근길 마비 시작되나... "요구 묵살하면 12일 총파업"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규정대로 했을 뿐" 내일부터 출근길 마비 시작되나... "요구 묵살하면 12일 총파업"

2025. 12. 01 12:50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서울지하철 노조, 임단협 결렬로 12월 1일 첫차부터 '준법운행' 돌입

1·2·3 노조 모두 파업권 확보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오는 12일 총파업이 강행될 전망이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서울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출근길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12월 1일 첫차부터 서울 지하철 1~8호선이 평소보다 지연 운행될 전망이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사측과의 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준법운행'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태업을 넘어 12월 중순 '총파업'이라는 시한폭탄까지 켜진 상태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돈'과 '사람'이다. 노조는 정부 지침인 임금 3% 인상과 인력 충원을 요구하지만, 사측은 적자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멈춰버린 협상 테이블 위로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복잡하게 얽힌 노사 관계와 그 이면에 숨겨진 법적 쟁점을 분석했다.


'준법'이라 쓰고 '지연'이라 읽는다... 무엇이 달라지나

서울교통공사 제1노조(민주노총)와 제2노조(한국노총)는 오늘 첫차부터 준법운행에 돌입한다. 공사 내에는 총 3개의 노조가 존재하는데, 전체 직원의 과반(57.4%, 9,036명)을 차지하는 1노조와 2노조(16.4%, 2,577명)가 동참한다. 제3노조인 '올바른노동조합' 또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하며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준법운행'은 말 그대로 법과 규정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질적인 '태업'의 성격을 띤다. 평소라면 신속한 운행을 위해 관행적으로 단축했던 승하차 시간을 규정대로 꽉 채워서 정차하거나, 규정에 없는 부가적인 업무는 일체 거부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1월 준법운행 당시를 되짚어보면 그 파급력을 가늠할 수 있다. 첫날에만 열차 125대가 지연됐고, 20분 이상 늦어지는 열차가 속출했다. 공사는 혼잡 역사에 인력을 추가 배치하고 비상근무조를 가동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출퇴근 시간대 '지옥철' 현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평행선 달리는 노사, "적자 감축" vs "안전 인력 충원"

갈등의 골은 깊다. 노조는 정부가 정한 공공기관 임금 인상률 가이드라인인 3%를 보장하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라고 촉구한다. 또한 승무원들의 과중한 업무를 덜기 위해 신규 채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의 입장은 완강하다. 만성적인 적자 상황에서 3% 인상은 불가능하며 1.8% 인상안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경영 효율화를 위해 정원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규 채용 역시 서울시의 승인 없이는 공사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현재 3개 노조 모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과 조합원 투표를 거쳐 합법적인 파업권을 손에 쥐었다. 1노조와 3노조는 사측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다면 오는 12월 12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못 박았다. 2노조 역시 12월 중순 파업 합류를 논의 중이다.


'준법'이 쟁의행위? 합법과 불법 사이의 줄타기

이번 사태를 법적으로 뜯어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발견된다. 흔히 '준법'이라고 하면 법을 잘 지키는 것이니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노동법의 시각은 다르다.


1. 규정 준수인가, 집단적 태업인가

법조계와 판례에 따르면 노동조합의 준법운행은 실질적인 쟁의행위, 즉 '태업'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근로자들이 집단적으로 규정을 엄격히 준수해 정상적인 업무 운영을 저해한다면 이는 쟁의행위에 해당한다(홍성찬, 『법학원론』 등).


대법원 역시 과거 판례를 통해 준법투쟁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 그 목적과 방법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인지, 사용자에게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히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형식은 '준법'일지라도 목적이 '업무 저해'라면 쟁의행위로서의 적법성 요건(주체, 목적, 절차, 수단)을 모두 갖춰야 면책된다. 현재 공사 노조는 조정 절차와 투표를 모두 거쳤기에 절차적 정당성은 확보한 상태다.


2. '재정 적자'는 임금 거부의 만능키인가

사측이 내세우는 '재정 악화' 논리는 법적으로 유효할까. 사용자는 경영상 어려움이 있더라도 성실교섭 의무를 진다. 단순히 "돈이 없다"는 이유로 교섭을 해태하면 부당노동행위가 될 소지가 있다.


다만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대법원 판례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엄격하게 따진다. 만성적 적자가 해고나 구조조정의 정당한 사유가 되려면, 사측이 해고 회피 노력을 다했는지, 대상자 선정 기준이 합리적인지가 쟁점이 된다.


공공기관의 특수성상 재정 건전성뿐만 아니라 공공성 유지 의무도 동시에 지니기에, 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주장이 법원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다.


3. 시민의 발, 공공성의 무게

서울지하철은 필수공익사업장이다. 쟁의행위권이 보장되더라도 필수 유지 업무 비율은 지켜야 한다. 노조가 12일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지하철이 완전히 멈추지 않는 이유다. 법원은 쟁의행위가 정당하더라도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있었는지를 위법성 판단의 중요한 잣대로 삼는다.


'준법운행'은 다가올 12일 총파업을 앞둔 전초전이다.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기 전, 노사가 법적 명분 싸움을 넘어 실질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