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가해가 있었는지 육하원칙으로 정리해서 내라" "신체감정 받아 건강 상태 증명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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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가해가 있었는지 육하원칙으로 정리해서 내라" "신체감정 받아 건강 상태 증명해라"

2021. 06. 11 14:54 작성2021. 06. 11 15:18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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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지사·충청남도에 3억원 손해배상 청구한 김지은씨⋯11일 첫 변론기일

대법원서 '성폭력' 혐의 판결 확정돼 징역 3년 6월 선고 받은 안희정

민사소송 11개월 만에 시작⋯재판부 "어떤 가해가 있었는지 육하원칙으로 입증해라"

김지은씨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충청남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지난해 7월 소장이 접수된 이후 11개월 만이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11일, 오전 10시 40분 서울중앙지법 동관 560호. 작은 민사 법정 안에 방청객이 가득 찼다. 거리두기를 위해 착석을 금지한 자리를 빼고는 만석이었다.


김지은씨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충청남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지난해 7월 소장이 접수된 이후 11개월 만이다.


안 전 지사는 지난 2017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총 9차례에 걸쳐, 당시 비서였던 김지은씨에게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성폭력을 자행했다. 지난 2019년 9월, 대법원은 이러한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사실을 인정하고 징역 3년 6월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안 전 지사는 광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상고심(3심)까지 형사 판결이 확정됐으니, 민사소송은 조금 수월할까 싶었지만 아니었다. 오히려 '지난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인상이 더 강했다.


배상 책임 부인하는 피고들, 피해 사실 제대로 입증하라는 재판부

이날 서울중앙지법 제22민사부(재판장 오덕식 부장판사)는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현재 피고 측이 취하고 있는 입장을 요약 발표했다.


안 전 지사 측은 "원고(김지은씨)의 우울증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피고(안희정 전 지사)의 행위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형사 재판에서 성폭력 혐의로 유죄가 인정됐지만,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이었다. 또한 "피고가 측근들의 2차 가해를 방조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함께 피소된 충청남도는 "안 전 지사 개인의 불법행위일뿐, 도(道) 직무 집행과 관련이 없다"고 책임을 일축했다. 결국 피고 양측 모두 "김지은씨에게 배상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배상이 필요한 이유를 원고(김지은씨)에게 입증하라는 취지였다.


여기에 재판부까지 나서서 원고 측에 입증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재판을 주재한 오덕식 부장판사는 "당사자는 구체적인 피해사실을 재판부에 입증할 책임이 있다"며 김지은씨가 '신체감정'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법원이 인정하는 감정인(의사)을 통해서, 피해자의 건강 상태를 법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날 재판에서 오 부장판사는 최소 10회 이상 '신체감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러면서 "단정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현재는 원고가 청구한 향후 치료비는 인정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그 이유로 "(원고가) 교통사고나 이런 거로 다친 게 아니지 않느냐"며 "정신적 장해로 입원이 필요한지, 입원을 하면 어떤 치료를 받는지도 입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체감정 없이는 이 재판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른다"고 했다. 재판을 빨리 끝내고 싶으면, 자신(오덕식 부장판사)이 요구한 신체감정을 받으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현재 김지은씨 측이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3억원. 이 가운데는 김씨 측이 그간 받은 정신과 치료 비용 외에도, 향후 받게 될 치료에 대한 예측 비용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재판부가 이 향후 치료비 전체에 대해 판단을 유보한 것이다.


다만 오 부장판사는 피고 측이 원고의 진료기록을 광범위하게 요구한 데 대해선 기각했다.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육하원칙으로 피해 사실 정리해서 제출⋯2차 가해 여부는 재판부가 판단할 영역"

안 전 지사 측근들이 행한 것으로 알려진 2차 가해에 대해선 피해사실을 재입증하도록 했다. 앞서 이 사건 성폭력 폭로가 이뤄진 후, 김지은씨는 안 전 지사 측근들에게서 강도 높은 비방 등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오 부장판사는 "안 전 지사 측근 가운데 누가, 언제, 어떻게 원고에게 피해를 입혔는지 육하원칙에 따라서 피해사실을 정리해 다시 제출하라"고 했다. 이어 "피고 측 행위가 1차 가해인지, 2차 가해인지는 당사자가 아니라 재판부가 판단할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또다시 '신체감정' 이야기를 했다.


"신체감정 여부에 따라 재판이 얼마나 길어질지가 결정된다."


이날 변론은 이렇게 종결됐다. 이 재판 다음 기일은 7월 23일 오전 11시 20분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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