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당하고 무고까지…가해자가 '정식재판' 걸어왔을 때, 내 손해배상금은?
폭행당하고 무고까지…가해자가 '정식재판' 걸어왔을 때, 내 손해배상금은?
형사 약식명령에 불복한 가해자, 피해자는 민사소송 어떻게 해야 하나. 법률 전문가들이 말하는 '투 트랙' 대응법

A씨에게 폭행과 무고까지 가한 가해자가 법원의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폭행 가해자 '정식재판' 청구,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은 원점으로?…전문가들 '소송 취하 절대 금물'
“가해자는 두 발 뻗고 자는데, 왜 피해자인 제가 밤잠을 설치며 법 공부를 해야 합니까?”
억울한 폭행 피해자 A씨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나긴 법정 다툼 끝에 가해자의 유죄를 받아냈지만, 가해자가 벌금형 약식명령에 불복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하면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A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향방마저 안갯속에 빠졌다.
끝난 줄 알았는데…가해자의 '정식재판' 카드, 왜?
A씨는 가해자의 유죄가 적힌 약식명령문(검사가 청구한 벌금형 등을 법원이 서면 심리만으로 결정하는 절차)을 근거로 폭행과 모욕, 무고로 입은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보상하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가해자는 '벌금형이 과하다'거나 '무죄를 다투겠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형사소송법상 정식재판이 청구되면 기존 약식명령은 효력을 잃는다. A씨가 손해배상의 핵심 근거로 삼았던 '유죄 딱지'가 일시적으로 사라진 셈이다. A씨는 “이미 시작한 민사소송을 취하하고 형사재판이 끝난 뒤 다시 소송을 걸어야 하나”라며 혼란에 빠졌다.
"섣불리 취하하면 끝"…소송의 '골든타임'을 지켜라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민사소송을 취하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은 원칙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 별개의 절차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윤영석 변호사는 “상대방이 형사재판에서 정식재판을 청구했더라도 이론상 민사재판은 계속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 역시 “민사소송을 바로 진행해야 한다”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있어, 소송을 섣불리 취하했다가 다시 제기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즉, 가해자의 정식재판 청구는 이미 진행 중인 민사소송을 멈추게 할 법적 효력이 없다. 이는 A씨가 가해자의 '시간 끌기' 전략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형사재판 끝날 때까지”…민사 법원이 재판을 멈추는 이유
다만 실무적으로는 민사 재판부가 형사재판의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재판 기일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법무법인 한별의 김전수 변호사는 “민사 재판부에서 형사 재판의 결과를 참고하기 위해 민사 소송을 일시적으로 중지(민사소송 정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민사소송의 '판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이다.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가해자의 불법행위 사실이 강력하게 입증된다. 피해자 A씨 입장에서는 굳이 다른 증거를 힘들여 제출하지 않아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받는 데 매우 유리해진다. 물론 이는 재판장의 성향에 따라 달라, 형사재판과 무관하게 민사 절차를 그대로 진행하는 재판부도 있다. 결국 A씨는 민사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끈질기게 자신의 피해를 입증할 준비를 해야 한다.
가해자 압박하는 '투 트랙'…두 개의 재판, 하나의 목표
결국 A씨에게 가장 유리한 전략은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을 동시에 신경 쓰는 '투 트랙' 접근법이다. 먼저, 정식재판이 진행되는 형사 법정에서 가해자의 유죄가 다시 한번 명확히 확정되도록 힘써야 한다. 동시에, 이미 제기한 민사소송은 그대로 유지하며 형사재판의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김전수 변호사는 “특히 무고죄까지 인정된 경우 정신적 손해(위자료)에 대한 배상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민사소송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배상 금액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적으로 민사소송에서 승소 판결(집행권원)을 받아내면, 이를 근거로 상대방의 재산을 조회해 통장이나 차량 등을 압류하는 강제집행 절차를 밟아 실질적인 피해 회복에 나설 수 있다.
결국 A씨가 밤잠을 설치며 공부해야 했던 '법'은, 더 이상 억울한 피해자를 괴롭히는 장애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가해자가 두 발 뻗고 자지 못하게 만들고, 빼앗긴 일상을 되찾아올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두 개의 재판을 끈질기게 관리하는 것, 그것이 바로 A씨의 절규에 대한 유일하고도 가장 확실한 대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