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다"던 중개사, 건물 가치 20억 뻥튀기…세입자 손해배상 될까?
"안전하다"던 중개사, 건물 가치 20억 뻥튀기…세입자 손해배상 될까?
건물가치 부풀리고 선순위 보증금 ‘해당 없음'
피해 세입자만 5가구 달해
민사는 설명의무, 형사는 고의 입증

전세계약 당시 선순위 보증금 내역이 확인설명서에 빠지고 건물 가치가 크게 부풀려졌다면, 피해 세입자는 공인중개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다툴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이 집은 안전해요."
공인중개사가 '안전한 집'이라고 설명한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갔다. 세입자 A씨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놓였고, 뒤늦게 확인한 건물 가치는 설명과 20억 원가량 차이가 났다.
이런 경우 세입자는 공인중개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근거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특히 보증금 회수 가능성을 좌우하는 선순위 보증금 내역이 확인설명서에 '해당 없음'으로 적혔다면 핵심 증거가 된다.
다만 사기죄는 별도 문제다. 중개사가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처음부터 속일 고의가 있었다는 자료까지 필요하다.
'안전하다' 믿었는데 경매로 넘어간 집
A씨는 전세계약 당시 공인중개사에게 건물 가치가 충분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근저당과 전세권 규모도 감당할 수 있고, 선순위 보증금도 대부분 월세라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경매가 진행되면 앞선 권리자부터 배당을 받기 때문에 뒷순위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A씨가 뒤늦게 확인한 실제 건물 가치는 중개사가 설명한 수준보다 크게 낮았다. 같은 건물에서 비슷한 피해를 호소한 세입자도 여러 가구 나왔다.
세입자가 위험을 몰라서 계약한 단순 실수가 아니다. 계약 안전성을 설명해야 할 사람이 "안전하다"고 말했고, 그 말을 뒷받침해야 할 서류에는 중요한 위험 정보가 빠져 있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선순위 보증금 '해당 없음'?...실제 위험 있었다면 '공인중개사법 위반' 가능성
전세계약에서 선순위 보증금은 단순 참고사항이 아니다. 같은 건물에 먼저 들어온 임차인이나 담보권자가 있으면, 나중에 들어온 세입자의 보증금 회수 가능성이 낮아진다.
그런데 A씨가 받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는 선순위 보증금 내역이 '해당 없음'으로 기재돼 있었다. 실제 위험이 있었는데도 서류상 위험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면, 세입자는 잘못된 안전 신호를 믿고 계약한 셈이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확인설명서에 선순위 보증금 내역을 '해당 없음'으로 기재하고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은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보인다. 이를 근거로 중개업자와 공인중개사협회(공제조합)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여 피해액을 일부 회수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서는 확인설명서, 등기부등본, 경매 자료, 계약 전후 설명을 담은 문자나 녹취가 중요하다. 같은 건물 피해 세입자의 자료도 설명 부실 여부를 뒷받침하는 보조 자료가 될 수 있다.
형사 고소는 고의 입증이 관건
형사 고소는 민사 손해배상보다 입증 부담이 크다. 사기죄는 상대방을 속여 재산상 이익을 얻는 범죄이므로, 중개사가 구체적 사실을 알고도 숨겼거나 다르게 말했다는 자료가 있어야 한다.
법무법인 강남 류재연 변호사 역시 "중개업자가 건물의 실제 시세를 20억 원이나 부풀려 속이고, 선순위 보증금 현황을 의도적으로 은폐·축소하여 질문자님을 기망했다면 형사상 사기죄(또는 사기 공범)로 고소가 가능하다. 다만, 실제 실무상 이를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형사 처벌 가능성은 낮다"라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설명했다.
결국 사기죄를 다투려면 계약 당시 중개사가 단순히 낙관적인 의견을 말한 것인지, 아니면 선순위 보증금 합계나 건물 가치 같은 구체적 사실을 알고도 숨긴 것인지를 자료로 갈라야 한다.
보증금 전액 배상은 과실상계가 변수
중개사의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보증금 전액 배상이 곧바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세입자에게도 등기부 확인, 전입세대 열람, 추가 자료 요구 같은 위험 점검 책임을 일부 묻는 경우가 있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다만 법원은 '임차인도 등기부 확인, 전입세대 열람·자료요구 등으로 위험을 점검할 책임이 있다'고 보아 과실상계로 배상비율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아, 보증금 전액을 그대로 인정받는 구조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라며 임차인에게도 일부 책임이 인정돼 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A씨가 먼저 할 일은 자료 정리다. 확인설명서, 등기부등본, 계약 전후 문자와 녹취, 경매 자료, 같은 건물 피해 세입자의 자료를 모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