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18년간 연락 한 통 없던 남편의 연금 요구…딸의 증언이 엄마 연금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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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18년간 연락 한 통 없던 남편의 연금 요구…딸의 증언이 엄마 연금 지켰다

2025. 10. 10 19:29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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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별거했지만 서류상 부부였다는 이유로 노령연금 절반 청구

딸 "아빠란 사람 없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어느 날 A씨에게 날아든 통지서 한 장. 국민연금공단은 A씨가 평생 땀 흘려 부어온 노령연금의 절반을 헤어진 전남편 B씨에게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소급분 957만 원에 매달 19만 원씩, 법적으로는 A씨의 배우자였던 B씨가 분할연금을 청구했고, 공단이 이를 받아들인 결과였다.


서류상 부부였던 기간이 있으니 당연한 처분일까. 하지만 A씨는 이 결정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었다. 서류 속 결혼 생활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과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실질적인 혼인 관계가 아니었다"며 공단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두 번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18년의 단절

A씨와 B씨의 인연은 순탄치 않았다. 1986년 혼인신고를 했지만 3년 만인 1989년 협의이혼했고, 1991년 다시 재결합해 혼인신고를 했다. 하지만 두 번째 결혼 생활도 오래가지 못했다.


A씨는 "재결합 후 또다시 갈등이 생겨 1993년 2월,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친정으로 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2011년 12월, 두 번째 협의이혼 도장을 찍기까지 약 18년 동안 남편 B씨와는 완벽히 남남으로 살았다는 것이 A씨의 입장이었다. 이 기간은 공단이 분할연금을 산정한 핵심 대상 기간(1994년 1월 1일~2011년 12월 7일)과 거의 일치했다.


A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부부의 딸에게서 나왔다. 서른 해를 엄마와 함께 살아왔다는 딸은 법원에 제출한 사실확인서에서 지난 세월을 이렇게 증언했다.


> "어린 제 기억 속에서부터 지금까지 아빠라는 사람은 없었다. 엄마가 혼자 일을 다니며 저를 키우셨다. 서울로 온 뒤부터는 아빠라는 사람에게 연락 한 통도, 생일 축하한다는 문자 한 통조차도, 그 어떠한 소식도 전해 듣지 못하고 살았다."


법원은 딸의 주민등록 이전 내역, 홀로 딸을 키워온 A씨의 경제활동 내역 등이 모녀의 진술에 부합한다고 보았다.


반면, B씨가 별거 기간 동안 생활비를 보태거나 가사를 분담하는 등 혼인의 실체가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딸의 증언이 뒤집은 결정

결국 법원의 저울은 A씨 쪽으로 기울었다. 재판부는 국민연금법의 핵심 조항을 짚었다. 국민연금법 제64조는 분할연금의 요건이 되는 혼인 기간에 대해 "별거, 가출 등의 사유로 인하여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하였던 기간을 제외한 기간"이라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단지 법률혼 관계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부부가 별거 중에도 교류가 있었는지, 가사·육아나 경제적 부양을 함께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원고와 참가인은 별거를 시작한 1993년부터 이혼 신고를 한 2011년까지 부부로서 교류하지 않았고, 가사·양육에 대한 역할 분담 및 상호 부양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두 사람 사이에는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국민연금공단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의 판결로 A씨는 자신의 노령연금을 온전히 지킬 수 있게 됐다.


[참고] 서울행정법원 제1부 2024구합81227 판결문 (2025. 9. 19.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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