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 사건] 20년간 이웃집 침입해 기도한 여성의 집에선 시체가 발견됐다
[그날, 그 사건] 20년간 이웃집 침입해 기도한 여성의 집에선 시체가 발견됐다
모녀 사이로 지내며 모든 일상 함께 했던 그들⋯하지만 법정에 선 어머니
딸처럼 여기던 피해자 사망하자 5년 넘게 시신 방치한 이유는 "부활할 수 있다"
"하나님이 여기서 기도하라고 했다" 이웃집에 무단침입해 매일 기도
![[그날, 그 사건] 20년간 이웃집 침입해 기도한 여성의 집에선 시체가 발견됐다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613716502866884.jpg?q=80&s=832x832)
평범한 가정집에서 발견된 시신. 경찰은 즉각 수사에 나섰지만 별다른 범죄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럼 그는 왜 시신과 함께 집에서 지냈던 걸까. 판결문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셔터스톡
지난 2019년 어느 일요일. 대구의 한 시골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주민 A씨(60대⋅여) 집에서 '시신'이 나왔다. 부검 결과, 시신은 약 5년 6개월 전 사망한 B씨(40대⋅여)로 밝혀졌다. 경찰은 즉각 수사에 나섰다.
의심스러운 정황이 차례차례 발견됐다. A씨는 B씨 가족에게 B씨가 살아있는 것처럼 연락했고, 압수한 A씨 휴대전화 속에서는 B씨가 사망하기 전에 찍은 사진들이 대거 나왔다.
한쪽 가슴에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올라있었고, 배에는 복수가 차오른 모습이었다. 한눈에 봐도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에 경찰은 동네 주민 등을 탐문하며 B씨의 행적을 찾아다녔다. 사망한 B씨의 보험이나 기초생활수급비 내역도 확인했다. A씨가 돈을 노리고 B씨를 죽인 게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별다른 범죄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판결문엔 그 이유가 자세히 적혀있었다.
40대 나이로 눈감은 B씨의 사망 이유를 좇던 경찰은 그녀가 17살이었던 지난 1989년 행적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당시 A씨와 B씨를 이어준 건 신앙이었다. 이들은 경기도 부천에 있는 한 교회의 신도였는데, 4년 뒤엔 함께 살 정도로 가까워졌다. 이후 경북의 한 교회 사택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서로를 어머니와 딸로 부르기 시작했다. 의식주를 비롯한 모든 생활을 함께했고 주변 사람들도 이들을 모녀지간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A씨는 자신의 주민등록등본에 B씨를 동거인으로 올렸다.
문제가 생긴 건 대구로 터전을 옮긴 뒤였다. 이때부터 B씨는 왼쪽 가슴에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약 1년 뒤쯤엔 가슴 부위에 고름이 차서 피부가 검붉게 부풀었다. 배에는 복수가 차올라 거동도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A씨는 그런 B씨를 보고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B씨의 위중함을 인지하지 못했던 상태도 아니었다. 점점 악화되는 B씨의 상태를 보고 곧 사망하겠다고 생각했음에도 그랬다. 다만, 어머니로 불렸던 A씨는 간절히 오래도록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면 B씨의 병도 나을 수 있다고 믿었다.
B씨도 종교적인 이유로 병원 치료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부검 결과 사망원인은 유방암이었다.
2014년 봄, B씨는 고통 속에서 사망했다.
B씨가 집에서 사망했지만 A씨는 119나 112에 신고하지 않았다. 대신 이웃집으로 향했다. 도움을 청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다. B씨를 살리기 위한 기도를 위해서였다.
이미 20년 전부터 무단으로 C씨 집에 들어가 기도를 해왔던 A씨. 현관문을 굳게 닫아도 A씨는 어떻게든 집에 들어왔다. 자신의 집에서 허락도 없이 들어와 기도하는 A씨가 달가울 리 없었다.
C씨가 화를 내며 쫓아내고, 주거침입죄로 고소까지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2018년부터 A씨가 거의 매일 찾아오기 시작했다. A씨는 현관문 앞이나 화단 등에서 짧게는 20분, 길게는 2시간 동안 기도했다. 거실이나 방에만 들어오지 않을 뿐 A씨는 언제나 C씨의 시야에 있었다.
A씨는 "하나님이 여기에서 기도를 하라고 한다"며 우기면서 '기도'를 올렸다.
참다못한 C씨가 증거를 모아 A씨를 다시 신고했고, A씨는 출동한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경찰은 A씨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듣다가 귀를 의심할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거기서 기도를 해야만 죽은 B씨를 부활시킬 수 있다."
△유기(遺棄⋅버려짐)치사 △사체유기 △주거침입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A씨.
A씨는 몸이 아파 도움이 필요한 B씨를 그대로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고, 그 시신을 유기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기치사죄는 법률상 보호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유기했을 때 성립하는데, 법원은 사실상 어머니처럼 지낸 A씨가 B씨를 보호해야 할 법적인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웃 C씨 집에 수차례 무단침입을 한 것도 처벌을 받게 됐다.
지난해 5월 1심을 맡은 대구지법 서부지원(재판장 김정일 부장판사)은 "잘못된 종교적 망상으로 인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는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을 것으로 보이고 유족이 겪었을 아픔 또한 상당해 보인다"고 판시했다.
C씨의 집에 무단침입해 기도를 한 행위도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C씨 집에) 반복적인 무단침입해 수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부활을 위한 기도를 해야 한다며 이 같은 행동을 했다"며 "C씨가 평온한 주거생활을 영위하지 못했고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거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다만, ▲A씨가 B씨를 아끼며 보살폈고 ▲B씨가 치료를 거부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유리한 양형 사유로 반영됐다.
A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