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신고하면 보복·쌍방 가해?…변호사가 답하는 학폭위 오해와 진실
학교폭력 신고하면 보복·쌍방 가해?…변호사가 답하는 학폭위 오해와 진실
신고하면 보복당할까
처벌은 솜방망이라는데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자녀가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의 마음은 무너져 내린다. 당장이라도 학교에 달려가 가해 학생에게 책임을 묻고 싶지만, 동시에 온갖 걱정이 앞선다. "신고했다가 일이 더 커지는 건 아닐까?", "오히려 우리 아이에게 불이익이 생기면 어떡하지?"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떠도는 ‘카더라’ 정보들은 부모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 신고해봤자 소용없다는 자조 섞인 후기부터, 되레 쌍방 가해자로 몰렸다는 억울한 사연까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오해일까.
학교폭력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변호사들의 자문을 통해, 자녀의 피해 구제를 위해 첫발을 내딛는 부모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지점들을 짚어봤다.
참다못해 맞대응했는데…'쌍방 가해자'라는 덫
가장 많은 부모가 우려하는 지점은 '쌍방 가해자' 프레임이다. 일방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던 아이가 참다못해 방어하거나 한두 차례 맞대응한 경우, 가해 학생과 똑같이 '가해자'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질까 봐 신고 자체를 망설이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피해 학생의 방어 행위가 무조건 '쌍방 폭행'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학폭위는 폭력 행위의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안을 판단한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1항)
예를 들어, 지속적인 언어폭력과 신체적 괴롭힘에 시달리던 학생이 이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가해 학생을 밀쳤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학폭위는 폭력의 시작이 누구였는지, 행위의 동기와 경위는 어떠했는지 등을 면밀히 살핀다. 정당방위나 방어 행위의 수준을 넘어서는 공격이 아닌 이상, 일방적인 피해 사실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솜방망이 처벌' 우려, '객관적 증거'로 돌파하라
"고작 서면 사과나 받으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회의감 역시 부모들의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학폭위의 조치는 서면 사과(1호)부터 퇴학 처분(9호)까지 그 수위가 매우 다양하다.
학폭위는 사안의 경중과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 화해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조치 수위를 결정한다. 만약 피해가 심각하고 가해 학생의 태도가 불량하다면 사회봉사(5호), 학급 교체(7호), 전학(8호)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증거' 확보다. 자녀의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문자메시지, SNS 대화 내용, 녹취, 진단서, 주변 친구들의 사실확인서 등은 학폭위가 사안의 심각성을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증거가 명확하고 피해 사실이 구체적일수록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가능성은 낮아진다.
가장 큰 공포 '보복', 법적 방패로 막을 수 있다
신고 이후 이어질 수 있는 2차 가해, 즉 보복은 피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가장 큰 공포다. 가해 학생이 "두고 보자"며 협박하거나, 다른 친구들을 동원해 따돌림을 주도하는 상황을 상상하면 섣불리 신고 버튼을 누르기 어렵다.
하지만 학교폭력예방법은 이러한 보복 행위를 또 다른 학교폭력으로 규정하고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학폭위는 피해 학생 보호를 위해 가해 학생에게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4호)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만약 가해 학생이 이 조치를 어기고 보복 행위를 할 경우, 이는 가중 처벌 사유가 되어 전학이나 퇴학 등 훨씬 무거운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결정이 끝이 아니다…'불복'이라는 다음 단계
학폭위 결정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사실관계를 오인했다고 판단될 경우, 불복 절차를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가 너무 가볍다고 생각될 때, 가해 학생은 조치가 과도하다고 생각될 때 각각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학폭위의 결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었는지, 사실관계 판단에 오류는 없었는지, 조치 수위가 적절했는지 등을 법적으로 다투게 된다. 불복 절차는 법률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므로, 학폭위 회의록 등 관련 자료를 꼼꼼히 검토하고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변호사 선임, '감정적 호소'를 '법리적 주장'으로 바꾸는 열쇠
모든 학교폭력 사건에 변호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안이 복잡하고 쟁점이 많은 경우 △상대방이 법률 대리인을 선임한 경우 △증거 수집이나 의견서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학폭위 결정에 불복하여 행정심판이나 소송을 준비하는 경우에는 변호사의 조력이 큰 힘이 될 수 있다.
변호사는 객관적인 증거를 기반으로 법리적 주장을 펼치고, 학폭위 절차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감정적인 호소에 그치기 쉬운 상황에서, 법률 전문가는 이성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통해 아이의 권리를 지키는 든든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