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한바가지 써놓고 '주어'가 없다고 안심했나요? 그래도 모욕죄로 처벌 될 수 있어요
욕 한바가지 써놓고 '주어'가 없다고 안심했나요? 그래도 모욕죄로 처벌 될 수 있어요
평소 자신을 괴롭히던 사람 겨냥해 게임 사이트에 '주어 없는' 욕설 글 올린 A씨
누구를 향한 욕설인지 몰라도, 처벌될까⋯"'이런 경우'면 주어 없어도 처벌 가능"

주어가 없어, 누구를 향한 욕설인지 알 수 없는 글도 처벌될 수 있을까. /셔터스톡
한 게임 사이트의 회원인 A씨. 얼마 전, 그는 분노와 욕설이 섞인 게시글을 두 차례 올렸다. 평소 A씨를 괴롭히던 다른 회원 B씨를 염두에 둔 글이었다.
당시 A씨는 추후 모욕죄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생각에 B씨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 어느 누구의 이름도 글에 남기지 않았다. 즉, A씨의 글에는 욕설만 있을뿐 '주어'가 빠져 있었다.
이에 A씨는 해당 글이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을 거라 장담했다. 하지만 엉뚱한 데서 사건이 터졌다. A씨의 글을 본 회원 C씨가 본인을 향한 욕설이라고 오해한 것이다. C씨는 A씨를 '모욕죄'로 고소하겠다고 했다.
C씨를 모욕할 의도가 없었던 A씨는 억울하다.
주어가 없어, 누구를 향한 욕설인지 알 수 없는 글. 실제로 A씨는 C씨를 모욕한 죄로 처벌될까. 아니면, 자신이 생각한대로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주어가 '없어도',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단, 비난받는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는 경우다.
법무법인 해율의 안성열 변호사는 "주어가 없는 경우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어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도 "주어가 없어도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제3자를 비난하는 것을 누구든지 쉽게 알 수 있다면 모욕죄 성립 여지가 있다"고 했다.
모욕죄가 되려면, 그 발언이 '누구를' 지칭하는지 특정돼야 한다. 이를 '특정성'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A씨의 글을 본 사람들이 "이 글은 B씨 이야기 혹은 C씨 이야기"라고 인식해야 한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도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그것이 어느 특정인을 지목하는지 알 수 있는 경우라면 모욕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현재 C씨는 A씨가 자신을 특정해 모욕했다고 오해한 상황. A씨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법무법인 시헌의 이원희 변호사는 "만일 실제로 고소가 이루어진다면, 경찰 조사에서 C씨에 대한 비난이나 모욕이 아니었다고 진술하면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A씨가 △비난한 사람은 따로 있고 △그 사람의 이름은 B씨이고, △B씨에 대한 모욕죄가 성립될까봐 일부러 대상을 특정하지 않았다고 해명하라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