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시행 닷새간 62건 접수…검사 출신 변호사가 본 재판소원의 정체
'재판소원' 시행 닷새간 62건 접수…검사 출신 변호사가 본 재판소원의 정체
김정호 변호사 "사실상 4심제 개막, 헌법적 권리 구제 길 열려"

대법원 판결을 헌재가 다시 심사하는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 닷새 만에 62건 접수됐다. 억울한 피해 구제 기회가 늘어난 반면 사법 체계 혼란 우려도 제기된다. /연합뉴스·로톡뉴스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헌법재판소가 다시 심사하는 '재판소원' 제도가 막을 올리면서, 닷새 만에 62건의 심판 청구가 쏟아지며 법조계가 술렁이고 있다.
시행 닷새 만에 62건 접수… 사법 체계 흔드는 '재판소원'
16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재판소원 시행 닷새간 누적 접수 건수는 총 62건에 달한다.
최근 11억 원 불법 대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된 양문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튜버 쯔양 협박 혐의로 징역 3년이 확정된 유튜버 구제역 등도 재판소원 청구 가능성을 시사하며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렇다면 사법 체계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는 재판소원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대검찰청 우수사례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청목 김정호 변호사는 "사실상 4심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며 제도의 핵심을 분석했다.
성역이던 법원의 재판, 헌재 심판대 위로 오르다
기존 헌법소원이란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헌재에 그 위헌 확인과 취소를 구하는 절차다.
임신 32주 이전 태아 성별 고지를 금지했던 의료법 규정에 대해 부모의 권리 침해를 인정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동안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명시적으로 제외해 왔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법원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 헌재에 해당 재판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는 '재판 헌법소원'의 길이 열렸다.

"사실상 4심제 개막"… 억울한 고소인에겐 재정신청 불복 기회도
김 변호사는 이를 근거로 "사실상 모든 대법원 재판에 대해 헌법소원 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망했다.
형사재판의 유죄 판결은 본질적으로 피고인의 평등권이나 행복추구권(인격권, 명예권 등)을 침해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게다가 대법원 재판은 2심 재판부가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없는지를 살피는 '법률심'이므로, 이를 근거로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논리적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제기하는 '재정신청' 제도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기존에는 재정신청이 기각되더라도 이는 법원의 재판이기 때문에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재정신청 기각 결정 자체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해 다시 한번 권리 구제를 다툴 수 있게 된다.
무조건 헌재행? "상소 절차 다 거쳐야… 형 집행 정지도 안 돼"
물론 모든 판결이 곧바로 헌재로 직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헌재는 상소할 수 있는 절차가 남아 있음에도 이를 거치지 않은 채 재판소원을 제기할 경우 보충성 원칙 위반으로 각하될 가능성이 높아 대법원 확정판결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재판소원 제기 자체로 판결 효력이 정지되지는 않으며 형사판결의 경우 형 집행도 이어진다.
김정호 변호사는 "재판소원 제도가 위헌이라는 주장부터 소송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등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면서도 "제도가 도입된 이상 그 제도를 최대한 잘 활용하여야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헌법은 단순한 암기가 아닌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치밀한 논증이 필요한 만큼, 형사재판과 헌법소원에 특화된 전문가의 조력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