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제자와 호텔, 아기까지 동행했는데…'증거 부족' 무혐의 처분
고등학교 제자와 호텔, 아기까지 동행했는데…'증거 부족' 무혐의 처분
호텔 로비서 제자와 입맞춤하고 아기까지 동행했지만 검찰은 '불기소' 민사는 "부정행위 인정"
형사는 "범죄 아님"
엇갈린 판결의 쟁점은 '나이'와 '그루밍'

2024년 1월 고등학교 교사였던 A씨가 제자 B군, 아들과 함께 이동하는 모습 / 연합뉴스
고등학교 교사가 자신의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
심지어 두 사람이 만나는 호텔에는 교사의 갓난 아기까지 동행했다. 남편이 확보한 CCTV에는 이들이 로비에서 입을 맞추고 포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누가 봐도 명백한 '불륜'이자 '아동학대'로 보이는 이 사건. 하지만 수사기관의 결론은 '혐의없음'이었다. 민사 재판부가 부정행위를 인정해 거액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도대체 법적으로 어떤 쟁점이 있었기에, 전 남편이 "대한민국 교육이 망가질 것"이라고 절규하게 만든 이 사건이 형사 처벌을 피해갈 수 있었는지 그 내막을 들여다본다.
CCTV 속 충격적 진실, 그러나 "증거가 부족하다"
사건의 발단은 2023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등학교 교사였던 30대 여성 A씨는 자신의 제자인 B군과 서울, 경기, 인천 일대 호텔을 드나들었다. 이 만남은 2024년 1월까지 이어졌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들의 만남 장소에 A씨의 한 살배기 아들이 함께했다는 점이다. A씨의 남편은 아내가 제자와 호텔 로비와 식당 등에서 스킨십을 나누는 CCTV 영상을 확보해 경찰에 제출했다.
또한, A씨가 구매한 코스튬 의상과 B군의 집 근처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의 유전자(DNA)가 일치한다는 점도 증거로 내밀었다.
남편은 즉각 A씨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자신의 제자를 성적 학대하고, 어린 아들을 불륜 현장에 데리고 다녀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는 혐의였다.
하지만 A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포옹과 입맞춤 외에는 신체 접촉이 없었으며, 제자와 교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호텔 투숙 의혹에 대해서도 "함께 투숙한 사실이 없다"며 맞섰다.
'만 18세'라는 거대한 벽... 도덕과 법의 괴리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결정적인 이유는 '시점'과 '나이'였다.
법적으로 성인과 미성년자의 성관계가 처벌받으려면, 그것이 '성적 학대'임이 입증되어야 한다. 특히 피해 학생인 B군이 만 18세가 되는 2023년 9월이 사건의 분수령이 되었다.
검찰은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은 인정했다. 하지만 B군이 성인(만 18세)이 된 이후의 행위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형사 처벌 대상인 '성적 학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처벌을 위해서는 B군이 만 18세가 되기 전인 2023년 8월에서 9월 사이에 성적 행위가 있었다는 확실한 물증이 필요했다.
하지만 A씨의 휴대전화는 이미 대화 내역이 대부분 삭제된 상태였고, B군은 DNA 채취를 거부했다. 법원마저 강제 채취를 불허하면서, 결정적인 시기의 범죄를 입증할 '스모킹 건'이 사라진 셈이다.
'심리적 지배' 입증 실패... 법리는 있었으나 적용되지 못했다
최근 대법원과 하급심 판례는 교사가 제자의 '심리적 취약 상태'를 이용했다면, 설령 제자가 동의했더라도 성적 학대로 인정하는 추세다.
교사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학생을 심리적으로 의존하게 만드는, 이른바 '그루밍(Grooming)' 범죄에 대해 법원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법원은 교사가 학생의 고민 상담을 해주며 신뢰를 쌓은 뒤 성관계를 맺은 사건들에서 징역형을 선고해왔다. 만 17세 제자는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이러한 '심리적 지배' 관계를 입증할 구체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 A씨가 B군을 위력으로 제압하거나, 심리적으로 종속시켜 관계를 맺었다는 진술이나 정황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사 재판에서는 "부정행위"가 인정되어 A씨에게 7천만 원, B군에게 1천만 원의 위자료 지급 판결이 내려졌지만, 형사법의 대원칙인 '증거재판주의' 앞에서는 무력했다.
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아무리 높아도, 범죄 구성 요건을 100% 충족하지 못하면 처벌할 수 없다는 법의 한계가 드러난 대목이다.
"복직 가능하다니"... 무너진 교육 현장의 현실
결과적으로 A씨는 형사 처벌을 면하게 되었다. 함께 데려갔던 아들에 대한 정서적 학대 혐의 역시 "구체적인 학대 정황이 없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고소인인 전 남편은 즉각 항고 의사를 밝혔다. 그는 "교육청에 문의하니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 교사로 복직이나 재취업이 가능하다더라"며 "이런 행동이 무죄로 끝나면 대한민국 교육이 망가질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사건은 교단 내 부적절한 관계가 발생했을 때, 증거 인멸과 법적 허점을 이용하면 사법적 단죄를 피할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길 우려가 있다.
교사의 윤리적 책임과 법적 처벌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우리 사회에 묵직한 숙제가 던져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