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장난 주문'의 나비효과, 평범한 당신도 피의자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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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장난 주문'의 나비효과, 평범한 당신도 피의자 될 수 있다

2026. 06. 18 15:30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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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만에 취소해도 '업무방해죄' 딱지…시스템 호기심의 치명적 함정

1억 원대 허위 주문 후 취소해 업무방해죄로 고소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 AI 생성 이미지

단순한 호기심으로 인터넷 쇼핑몰 시스템을 시험해 보려다 1억 원 넘는 허위 주문을 넣고 10분 만에 취소한 소비자가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실질적인 금전 피해가 없으니 괜찮을 거란 생각은 금물. 법률 전문가들은 업무방해가 될 '위험'만으로도 범죄가 성립하며, '시험 삼아 해봤다'는 진술이 오히려 '구매 의사 없는 허위 주문'을 자인하는 셈이 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한다.


전과 기록을 피할 '골든타임'은 언제일까.


'품절' 띄우고 20분 만에 취소…호기심이 부른 1억 원짜리 고소장


사건은 한순간의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오픈마켓 이용자 A씨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대량 주문을 하면 실제로 재고가 묶이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는 짧은 시간 동안 3회에 걸쳐 수천 개의 상품을 '무통장 입금' 방식으로 주문했다. 주문 총액은 1억 원이 넘었다.


마지막 주문 직후, 해당 상품 페이지에 '품절' 표시가 뜨는 것을 본 A씨는 덜컥 겁이 났다.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제 행동이 판매자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여, 무서운 마음에 즉시 상황을 바로잡고자 주문한 3건 모두 약 10~20분 내로 '전량 자진 취소' 처리를 하였습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판매자는 일시적 품절로 영업에 방해를 받았다며 A씨를 업무방해죄로 고소했고, 사건은 A씨의 주소지 관할 경찰서로 넘어갔다.


'실손해 0원' vs '방해 위험 발생'…엇갈리는 법의 저울


A씨의 가장 큰 고민은 '실질적인 피해 없이 금방 취소했는데도 중한 처벌을 받을까' 하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법률 전문가들의 시각은 미묘하게 갈린다.


법무법인 우선의 조상우 변호사는 "업무방해죄는 실제 손해가 나야 성립하는 범죄가 아니라, 업무가 방해될 위험을 일으키면 성립하는 위험범입니다"라고 단언했다. 상품이 '품절'로 표시된 순간 이미 범죄 성립의 요건인 '위험'이 실현됐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10분 만에 취소한 행동은 범죄 성립을 막는 방패가 아니라 처벌 수위를 정할 때 참고하는 '양형 요소'에 그친다.


반면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짧은 시간 내에 전량 자진 취소하여 실질적인 손해를 최소화하려 노력한 점은 정상참작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합니다"라며 기소유예 등 선처를 이끌어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시스템 시험했다"…오히려 독이 되는 진술의 함정


경찰 조사에서 A씨가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은 아마 '악의 없는 시스템 테스트 목적이었다'는 해명일 것이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이 진술이 오히려 최악의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조상우 변호사는 "시스템 작동을 확인하려 했다는 설명은 악의가 없었다는 취지이지만, 동시에 애초에 구매 의사가 없는 허위 주문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의미가 되어 오히려 위계성과 고의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쓰일 여지가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종합법무법인 서명기 변호사 역시 "구매 의사 없이 대량 주문을 하였다는 점 자체가 오히려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의 고의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라며 진술에 극도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호기심'이라는 변명이 '고의성'의 증거로 둔갑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인 것이다.


전과 피할 마지막 기회…변호사들의 만장일치 '골든타임'


그렇다면 A씨가 전과를 피하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는 무엇일까. 놀랍게도 다수의 변호사들은 '경찰 조사 전 판매자와의 합의'를 만장일치로 꼽았다.


와이에이치 법률사무소 김영호 변호사는 "경찰 조사 전 지금 바로 판매자에게 사과하고 합의(고소취하)를 시도하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라며, 그 이유로 "고소취하가 이루어지면 불송치 또는 기소유예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고, 조사 전 합의 노력 자체도 수사기관에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업무방해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처벌할 수 있는 범죄(반의사불벌죄가 아님)이지만,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는 수사기관이 처분 수위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섣부른 직접 연락은 감정싸움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법률 대리인을 통해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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