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이 빚으로? 퇴사자 울리는 '세전 반환' 함정
성과급이 빚으로? 퇴사자 울리는 '세전 반환' 함정
자진 퇴사했더니 "받은 돈보다 더 내놔라"…법적 쟁점은?

입사 1년 내 자진 퇴사 시 성과급 반환을 요구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달콤한 성과급이 퇴사자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고 있다. 입사 1년 내 자진 퇴사했다는 이유로 회사가 성과금 반환을 요구한 것.
심지어 실제로 받은 세후 금액이 아닌, 세금이 포함된 세전 금액 전액을 요구해 논란이 거세다.
전문가들은 해당 반환 약정이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임금이라면 퇴직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약금 예정'에 해당해 무효일 소지가 크며, 세전 금액 반환 요구 역시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자진 퇴사가 내 탓?"…성과급인가, 족쇄인가
“본인 귀책사유로 퇴직 시 전액 반환.” 많은 직장인이 오퍼레터(채용 제안서)에서 마주하는 이 한 줄이 법적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A씨는 입사 후 첫 성과평가에서 우수한 등급을 받아 조건부 성과금을 받았지만, 지급 4개월 만에 자발적으로 퇴사하자 회사는 '귀책사유'를 들며 성과금 전액 반환을 요구했다.
변호사들은 자발적 퇴사가 무조건적인 귀책사유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창세 김정묵 변호사는 “성과평가 달성 후 지급된 성과급이라면 이미 발생한 임금 성격이 강해, 전액 반환 요구가 근로기준법상 위약예정 금지에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돈의 성격이 ‘이미 제공한 근로에 대한 대가(임금)’인지, ‘장기 근속을 유도하기 위한 보상금(사이닝보너스)’인지에 따라 법적 판단이 갈린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연우 이숭완 변호사 역시 “해당 금액이 근로성과의 대가라면 1년 내 퇴사만을 이유로 전액 반환시키는 약정은 퇴직의 자유를 제한하는 위약금 약정으로 무효가 될 여지가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금지하는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경고다.
"받은 건 세후, 갚을 건 세전"…부당한 요구인가
이번 사건의 또 다른 뇌관은 ‘세전 금액 반환’ 요구다. A씨는 세금을 공제한 세후 금액으로 성과금을 받았지만, 회사는 세금을 포함한 세전 금액 전액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손에 쥔 돈보다 더 많은 금액을 토해내야 할 황당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이러한 요구가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세전 금액을 전액 반환하라는 요구는 근로자에게 과도한 재산적 손실을 강요하는 것으로, 근로기준법상 위약금 예정 금지 원칙과 배치될 소지가 큽니다”라고 강조했다. 즉, 반환하더라도 실제 수령액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도 “세전 금액 반환 요구는 의뢰인님이 실제로 수령하지 못한 금액을 돌려달라는 것이므로 부당할 수 있습니다”라며 회사의 요구에 다툼의 여지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근로자가 받지도 않은 세금까지 반환 책임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반환 요구 받았다면? "섣불리 송금 말고 서면 요구부터"
전문가들은 회사의 반환 요구에 섣불리 응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회사를 상대로 반환 의무의 법적 근거와 반환액 산정 기준, 세금 처리 계획을 서면으로 명확히 요구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도모 김상훈 변호사는 “현재 반환 의무 자체의 무효를 주장함과 동시에, 만약 반환하더라도 실질 수령액을 기준으로 해야 함을 명확히 고지해야 합니다”라고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 역시 “이 사안의 가장 핵심적인 법적 쟁점은 해당 반환 약정이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금지하고 있는 위약금 예정 금지 조항을 위반했는지 여부입니다”라며 반환 의무 자체를 면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결국, 오퍼레터의 문구 하나하나를 법적으로 면밀히 검토하고 성과금의 성격을 규명하는 것이 분쟁 해결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금액이 크다면 혼자 대응하기보다 노동·민사 전문 변호사의 상담을 통해 대응 방향을 잡는 것이 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