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남친이 이별 통보하자 "기사 쓰겠다" 협박한 여기자의 최후
[단독] 남친이 이별 통보하자 "기사 쓰겠다" 협박한 여기자의 최후
1심 "협박했지만, 여행은 자발적" 무죄
2심 "기자 지위 악용, 죄질 나쁘다" 강요미수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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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통보한 남자친구에게 “고소하고 기사 쓰겠다”고 협박한 전직 기자가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셔터스톡
이별을 통보한 남자친구를 향해 '기자'라는 직업을 무기처럼 휘두른 여성이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협박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기자 지위를 악용했다"며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제2-3형사부(재판장 장성훈)는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전직 기자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기자 신분으로 시작된 협박
A씨는 2022년 9월, 당시 남자친구였던 유치원 영어 강사 B씨로부터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았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A씨는 B씨에게 함께 여행을 갈 것을 요구하며 자신의 직업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B씨에게 "널 고소하고 네 유치원에 대해서도 기사를 쓸 것"이라며 "외국인인 것만으로 채용되는 게 문제 돼서 기사를 써봐야겠다"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60여 차례 보냈다.
심지어 "M사에 있는 내 전 상사도 어떤 XX 외국인 교사가 애들을 가르친다는 사실에 대해 방송하고 싶어하더라"라며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했다.
B씨는 한국에서 취업 비자(E-2)로 체류 중인 외국인이었고, A씨의 협박에 "비자가 취소되고 강제 출국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결국 B씨는 A씨의 요구대로 2박 3일간의 통영 여행을 가게 됐다.
1심 "협박 맞지만, 강요는 아냐" 무죄⋯엇갈린 판단
1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협박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강요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B씨가 여행을 간 것이 A씨의 협박 때문이라는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연인 관계, 감정적 부채감, 피고인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에 대한 염려 등 복합적인 요소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B씨는 여행지에서 A씨와 자발적으로 성관계를 가졌고, 일반적인 연인처럼 행동한 정황도 있었다.
하지만 검사는 "외국인인 피해자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협박과 행위의 인과관계가 충분하다"며 항소했다.
2심 "기자 지위 악용, 죄질 나빠"⋯'강요미수'로 유죄 뒤집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를 강요미수죄로 인정하며 원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현직 기자였고, 피해자를 성폭력이나 사기 관련으로 고소하고, 그러한 피해자를 고용한 유치원에 대해서도 기사를 쓰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고지했다"며 "사회 경험이 많지 않고 한국에서 홀로 생활하는 외국인인 피해자가 충분히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감정적 분노 표출이 아닌,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는 명백한 '해악의 고지'라고 본 것이다.
다만, B씨가 여행을 간 것이 전적으로 협박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여행을 감으로써 뜻을 이루지 못하여 미수에 그쳤다"고 판시하며 강요죄가 아닌 강요미수죄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기자인 자신의 지위를 악용하여 죄질이 좋지 못하다"면서도, A씨가 피해자와 합의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한편, A씨가 B씨를 강간 혐의로 허위 신고했다는 무고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피고인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성관계를 가졌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를 유지했다.
[참고] 서울남부지방법원 제2-3형사부 2024노2032 판결문 (2025. 7. 22.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