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사설 큐레이션> 일본의 경제보복…“선거 앞둔 아베의 위험한 전략”
<신문 사설 큐레이션> 일본의 경제보복…“선거 앞둔 아베의 위험한 전략”

일본, 한국 대상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사진=연합뉴스)
일본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8개월 만에 경제보복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3개 품목 첨단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수출할 때마다 90일가량 걸리는 당국의 승인절차를 거치도록 해 한국 첨단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입니다.
일본은 징용 배상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수출을 허가하지 않을 방침으로 전해져 사실상의 금수 조치로도 해석됩니다. 일본 정부는 그간 한국을 우대국가로 분류해 수출 허가를 면제해 왔습니다. 경제산업성은 이번 조치에 대해 “(양국 간) 신뢰 관계가 현저히 훼손됐기 때문”이라며 강제징용 갈등에 따른 보복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세 품목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는 감광제인 포토레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입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는 세계 전체 생산량의 90%, 에칭가스는 약 70%를 일본이 점유해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하면 우리는 대체 소재를 찾아야 하는 어려운 처지입니다.
언론은 일본정부의 이번 조치를 두고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확정판결 둘러싸고 불거진 한일 두 나라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확산되는 나쁜 모양새”라고 평합니다. 일본 언론들도 한결같이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첫 대항 조치”라고 해석했습니다. 언론은 “참의원 선거 앞둔 아베의 노림수 담긴 위험한 전략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이 문제를 철저히 교역 문제로 접근해 풀어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경향신문 “과거사 문제에 경제 보복하는 일본, 대국 맞나”
경향은 “그동안에는 정치·외교적 갈등을 빚더라도 경제활동은 보장하는 ‘정경분리’가 대체로 지켜져 왔는데, 이번 조치는 그간 한·일관계에서 지켜져온 원칙을 완전히 무너뜨린 것”이라며 “‘금지선’을 넘는 망동(妄動)이고, 세계 3위의 경제대국 답지 않은 치졸한 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신문은 “과거사 문제와 무역을 결부시켜 보복하는 것이 아베 총리가 G20 회의에서 그토록 강조한 ‘자유무역’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이달 하순의 총선을 앞두고 한국을 때려 표를 얻겠다는 얕은 심산도 엿보인다”고 꼬집었습니다.
시설은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이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대응조치 방침을 밝힌 것은 당연하다”며 “장기적으로는 부품소재의 수입선 다변화, 국산화 노력을 통해 ‘탈(脫)일본’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일보 “징용배상 갈등을 수출규제 보복으로 대응하는 日 정부의 졸렬함”
한국일보는 “국가 간 무역 마찰은 통상 상대국의 부당한 자국 기업 지원, 덤핑 수출 등 불공정 거래를 이유로 삼는데, 외교 갈등 때문에 느닷없이 수출 규제라니 경제대국 일본의 조치로는 졸렬하기 이를 데 없다”고 지적합니다. 신문은 또 “일본은 불과 며칠 전 ‘자유롭고 공평하며, 차별 없고 투명성이 있어 예측 가능한 안정된 무역과 투자 환경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주요 20개국(G20) 공동선언을 주재한 의장국 아닌가”라고 묻고 있습니다.
신문은 “국내 기업은 일본의 이런 행태에 대비해 이미 3개월 정도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조치로 일본이 얼마나 실익을 거둘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또 “규제가 길어지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기겠지만 그 경우 이를 공급받는 일본 기업의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사설은 “징용 갈등은 한일 사법부의 판단과 국민 여론이 엇갈리고 피해자 치유까지 필요한 복잡다단한 외교 문제”라며 “양국 정부가 정치적 해법으로 진정한 과거사 치유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무역 규제로 문제를 풀겠다는 일본 정부가 딱하다”고 했습니다.
◇국민일보 “일본의 경제 도발, 징용 문제와 분리해 대응해야”
국민은 “외교 문제를 무역 분쟁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한국의 삼권분립을 무시하는 행태로 볼 수밖에 없다”며 “입법·사법·행정부의 독자적 권한을 인정하는 원칙은 일본도 다르지 않은데, 행정부가 개입할 수 없는 사법부 판단을 이유로 이런 일을 벌였다”고 개탄합니다.
신문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자유무역을 부르짖더니 회의가 끝나자 돌변해 수출 규제를 들고 나왔는데, 7월 하순 참의원 선거를 겨냥했을 것”이라며 “불합리한 노림수에는 그 불합리함을 지적하며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합니다.
사설은 “무역 문제를 풀겠다고 섣불리 징용 문제를 건드린다면 일본의 전략에 말려드는 꼴이며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며 “두 사안을 철저히 분리해 대처하기 바란다”고 주문했습니다.
◇서울신문 “경제로 번진 한일 갈등, 일본은 자충수 두지 말아야”
서울신문은 “국내 반도체·전자 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일본 정부의 규제에 대비해 재고를 준비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더욱이 현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공급 과잉 국면이어서 오히려 국내 제조사가 과잉 재고를 소진하고 생산 차질을 빌미로 일본 업체에 가격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신문은 “이번 사태를 반도체·디스플레이 국내 제조사의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국산화 개발을 앞당기는 계기로 활용하면 일본의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신문은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일본제 반도체 재료가 안정적으로 조달되지 못한다면 중장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일본 탈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고 전합니다.
사설은 “일본 정부가 경제보복을 서두른 데는 21일쯤으로 예상되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극우 유권자층의 결집을 노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우리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에 만전을 기하는 등 공조체제를 강화해 일본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