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운전은 위험한 물건 휴대하고 다른 사람 협박한 ‘특수협박죄’”
“보복 운전은 위험한 물건 휴대하고 다른 사람 협박한 ‘특수협박죄’”
울산지방법원, 무죄 판결한 원심 깨고 ‘벌금 500만원’ 선고

이미지 출처: 셔터스톡
택시기사인 A(60)씨가 2017년 12월 자신의 택시를 운전해 울산시 남구에 있는 편도 4차선 도로의 한 교차로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때 B(34)씨의 베르나 승용차가 주차장에서 나와 우회전을 하며 3차로에 진입했습니다.
A씨는 불쑥 나타난 B씨의 승용차가 자신의 진로를 방해했다며 격분, 계속 경적을 울리며 B씨의 차를 뒤쫓아갔습니다. B씨가 바짝 다가오는 차를 피하려 속도를 높이자, A씨는 더욱 속도를 높여 달리는 B씨의 승용차에 부딪힐 것처럼 택시를 들이밀었다가 빼내는 등 위협적으로 운전했습니다.
이들의 차량은 다음 교차로에 정차해 만나게 됐는데, A 씨는 창문을 열고 B 씨와 그의 아내(33)에게 “대가리를 빼버리겠다”고 큰소리로 욕을 했습니다.
다른 차가 자신의 진로를 방해했다고 그 차량을 쫒아가며 경적을 울려대고, 부딪힐 것 처럼 지그재그로 운전했던 택시기사. 그에게 특수협박죄가 적용돼 벌금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울산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김관구)는 최근 항소심 판결에서 보복 운전을 했다가 협박죄로 기소된 택시기사 A씨에 대해 “위험한 물건으로 피해자를 협박한 특수협박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의 추월 및 차로 급변경 행위는 그 자체로 B씨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안길 뿐 아니라, 그로 인해 B씨가 평정심을 잃고 전방주시에 소홀히 하게 되는 등 더 큰 공포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함으로써 협박죄를 구성하는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원심은 이 사건을 놓고 “A씨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어느 정도 불안감이나 불쾌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지만, A씨의 행위가 협박죄 성립에 요구되는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여기에 “당시 A씨에게 피해자의 생명 또는 신체 등에 어떠한 위해를 가하려는 범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더해져 A씨에게 무죄가 선고됐던 것입니다.
하지만 검사는 “A씨가 보여준 일련의 행위는 협박죄에 있어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고, A씨에게 협박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항소해 벌금형을 끌어냈습니다.
협박죄는 공포심을 일으키게 할 목적으로 상대방 또는 그 친족의 생명, 신체, 자유, 명예에 위해(危害)를 가할 것으로 통고하는 범죄(형법 제283조)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3년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 집니다.
이때 전달 방법은 말이건 서면이건 상관없고, 입밖에 내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도 그것이 위협으로 보이기만 하면 통고한 것으로 봅니다. 대법원 판례는 ‘협박죄에서 해악을 고지하는 행위는 통상 언어에 의하는 것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거동으로 해악을 고지할 수도 있다’고 돼 있습니다.
재판부는 이번 항소심 판결에서 “협박죄가 성립되려면 고지된 해악의 내용이 전후 여러 사정을 감안할 때 일반인들에게 공포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어야 하나, 상대방이 그로 인해 실제로 공포심을 일으킬 것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한 시장조사 기업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동차 운전자의 절반에 가까운 44%가 보복·위협 운전을 당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운전자의 16%는 자신이 직접 보복·위협 운전을 해봤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만큼 보복·위협 운전이 우리의 일상에 만연해 있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가볍게 생각했다가 큰코다칠 수 있는 게 보복 운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복 운전으로 인해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2차 사고로 이어져 커다란 피해를 낳게 됩니다. 이 때문에 보복 운전에는 형법상 특수협박죄를 적용해 처벌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수협박죄는 여러 사람이 무리를 지어 위협하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협박행위를 하는 범죄(형법 제284조)입니다. 이 경우 처벌은 7년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크게 무거워집니다.
보복운전은 특히 반복적 행위로 처벌되는 난폭운전과 달리 단 한번의 행위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복 운전은 상대 운전자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고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라져야 할 범죄로 지목되지만 쉽게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최근 들어 당국도 보복 운전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경찰은 보복 운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17년부터 자동차 운전 중에 다른 운전자를 위협하거나 진로를 방해하는 행위, 고의적인 급제동, 폭행, 협박 등의 행위를 ‘보복 운전 범죄’로 분류해 공식 통계를 내고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도를 넘어 문제가 된 보복 운전은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4432건, 4403건에 달했습니다. 이 중 절반이 기소됐습니다. 보복 운전 중에서 운전자의 신체나 차량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거나 폭행, 재물손괴 등을 발생시킨 범죄는 지난해 1050건이었습니다.
보복 운전 범죄는 최근 들어 단속과 처벌이 강화되고 있음에도 되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올들어 7월말까지 발생한 전국의 보복 운전 범죄는 304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