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재' 노리고 100년 자란 후박나무 껍질 벗겼다…징역 10년도 가능
'약재' 노리고 100년 자란 후박나무 껍질 벗겼다…징역 10년도 가능
수십 년 자란 나무 43그루가 하루아침에 죽을 위기, 약재로 쓰려 무단 채취한 듯

박피 된 후박나무 사진. /연합뉴스
제주의 한 숲에서 100년 이상 자란 후박나무 수십 그루가 껍질이 벗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가해자는 최대 5년 징역형까지 가능한 중범죄다.
사건은 16일, 시민단체 '제주자연의벗'이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임야를 조사하던 중 드러났다. 둘레 280cm, 높이 15m에 달하는 거목을 포함한 후박나무 43그루가 예리한 도구에 의해 속살을 드러낸 채 방치돼 있었다. 전통적으로 후박나무 껍질은 약재로 쓰여왔기에, 이번 사건 역시 이를 노린 범행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박피 수준이 나무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할 만큼 심각하다는 점이다. 제주자연의벗 측은 "생장조직인 물관과 체관이 완전히 단절돼 사실상 나무를 베어낸 것과 같다"며 "대부분 말라 죽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 절도가 아닌 '산림 파괴', 최대 5년 징역

이번 행위는 단순 절도를 넘어 산림자원을 파괴한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 핵심은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산림자원법)' 위반이다.
이 법은 산림에서 임산물을 몰래 채취하는 '산림산물 절취죄'(제73조 제1항)를 엄격히 금지한다. 이를 어길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나무를 직접 베지 않았더라도, 껍질을 벗겨 나무를 죽게 한 행위는 '산림보호법'에 따라 입목(서 있는 나무)을 손상하거나 말라 죽게 한 행위로도 처벌할 수 있다. 처벌 수위는 동일하다.
차로 옮겼다면 '가중처벌' 대상, 징역 10년까지도
처벌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만약 범인이 벗겨낸 후박나무 껍질을 옮기기 위해 차량을 사용했다면, 처벌은 훨씬 무거워진다.
산림자원법은 장물을 운반하기 위해 차량을 사용한 경우(제73조 제3항)를 가중처벌 대상으로 규정,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한번 훼손되면 복구가 어려운 산림 특성과, 범죄의 계획성을 고려한 조치다.
실제로 법원은 산림 관련 범죄를 매우 무겁게 다루는 추세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차량을 이용한 산림산물 절도는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0. 4. 29. 선고 2008헌바170).
해당 임야는 생태계보전지구 5등급으로 지정된 곳으로, 허가 없는 식물 채취는 명백한 불법이다. 서귀포시 관계자 역시 "해당 지역에 벌목이나 채취 관련 허가가 들어온 것은 없다"고 확인했다.
수십 년, 길게는 10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나무들을 무참히 죽음으로 내몬 범인이 법의 심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