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녀가 몰래 받은 대출, 법원은 왜 할머니에게 '60% 책임'을 물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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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손녀가 몰래 받은 대출, 법원은 왜 할머니에게 '60% 책임'을 물었나

2025. 06. 18 23:47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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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도용 사기인데도 "개인정보 관리 소홀" 지적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외손녀가 할머니 명의를 도용해 3,400만 원을 대출받은 사건에서 법원이 할머니에게도 일부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금융회사가 법규에 따른 본인확인 절차를 지켰다면, 개인정보를 소홀히 관리한 명의인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휴대전화, 신분증, 계좌 다 내준 할머니

사건은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손녀는 할머니 몰래 할머니 명의로 3개 금융사에서 총 3,400만 원을 대출받았다. 할머니 명의의 휴대전화와 운전면허증 사진, 은행 계좌를 이용해 비대면 본인확인 절차를 손쉽게 통과했다.


이 사실을 1년 뒤에야 알게 된 할머니는 외손녀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고, 외손녀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징역 1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동시에 할머니는 "내가 빌린 돈이 아니니 갚을 수 없다"며 금융사들을 상대로 빚이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다.


금융사 절차 지켰다면, 계약은 명의인에게 유효

2024년 11월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이건희 판사는 먼저 대출 계약 자체는 할머니에게 법적 효력이 미친다고 판단했다. 금융사들이 관련 법규에 따라 본인확인 절차를 이행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피고(금융사)들이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비대면 실명확인 방안'에 따라 본인확인조치 의무를 이행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대출약정의 법률효과는 그 명의인인 원고(할머니)에게 유효하게 귀속된다"고 판시했다.


단, 금융사도 40% 책임

하지만 법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할머니의 손을 일부 들어줬다. 전자금융거래법상 금융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획득한 접근매체(공동인증서 등)의 이용으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 금융사가 원칙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규정한다. 외손녀의 명의도용을 '사고'로 본 법원은 금융사들의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법원은 할머니에게도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외손녀에게 자신 명의의 휴대전화를 개통해 사용하게 한 점, 자신 명의의 은행 계좌를 자유롭게 쓰도록 허락한 점, 운전면허증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사진 촬영이 가능하게 한 점이다.


이러한 과실들이 모여 외손녀가 할머니의 공동인증서를 발급받는 등 사기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봤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전체 책임 중 할머니의 과실을 60%, 금융사들의 책임을 40%로 정했다. 이에 따라 할머니가 진 빚과 금융사가 배상해야 할 돈을 서로 상계(서로 채권·채무를 가질 때 같은 금액만큼 소멸시키는 것) 처리했다.


그 결과, 법원은 할머니의 책임을 60%로 인정해 두 번째 금융사에 대한 채무는 780만 원으로, 세 번째 금융사에 대한 채무는 420만 원으로 크게 줄여주었다. 다만 첫 번째 금융사에 대한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아, 해당 대출금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전액을 갚아야 할 책임이 남게 되었다.


[참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가단5280184 판결문 (2024. 11. 27.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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