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손목뼈 으스러진 사고 당한 직원에게 "병원에서 돌아오라" 요구한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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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손목뼈 으스러진 사고 당한 직원에게 "병원에서 돌아오라" 요구한 회사

2020. 09. 09 16:34 작성2020. 09. 10 11:23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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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에 오른팔이 빨려 들어가는 사고 당해⋯이후 불치병 얻어

공단은 '산재' 인정했지만⋯회사는 "직원의 과실이 더 높다" 주장

재판부 "회사의 책임 50% 인정⋯다만, 안전의무 게을리한 본인 책임도 있어"

기술자가 되고 싶어 공장에 취업했던 한 30대 남성은 불의의 사고를 겪은 뒤 그 꿈을 접어야만 했다. /셔터스톡

"그 병원 가지 마, 돌아와."


회사의 한마디에 응급실을 찾은 청년 A씨는 아픈 오른팔을 붙잡고, 공장에 돌아와야 했다. 어느 일요일 사장 아들의 연락을 받고 출근해 작업하던 중 기계에 오른팔이 빨려 들어가 찾은 응급실이었다. 뼈마디가 조각 난 기분이 들었지만, 회사의 요구에 순순히 응했다.


"(해당 병원의) 기술을 믿을 수 없다"는 게 회사의 이유였다. 그러면서 "다음 날 회사 인근 병원에서 치료받으라"고 했다. A씨는 응급실에서 진통제만 맞고 급히 일어섰다. A씨는 당시 손목뼈 두 개가 부러지고, 연골이 파열되고, 인대가 찢어진 상태였다.


이 사고는 A씨의 삶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줬다. 회사와의 7년간의 긴 법정 싸움이 시작됐다.


지관 기술자 꿈꾼 30대의 꿈은 불치병으로 끝이 났다

지난 2013년 1월, A씨는 아는 사람 소개로 충북의 한 공장에 취업했다. 이곳에서 휴지심과 같은 '원통형 종이관'을 만드는 지관 기술자가 되고자 했다.


30대로 그 공장에서 나이는 어린 축에 속했지만, 자신만의 기술을 배워 생계를 꾸리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은 조금 고되더라도 버틸 수 있었다.


7개월 동안 팀장의 지도를 받으며 업무를 배웠다. 그러던 중, 사장 아들의 호출을 받고 출근해 그 업무를 혼자 한 게 화근이 됐다. 찢어진 종이를 이어붙이기 위해 기계에 종이를 끼우는 순간, 오른손에 착용한 손목보호대가 그 안에 말려들어 가며 오른팔까지 들어가고 말았다.


비상 정지 스위치가 있었지만 어깨 근처까지 기계에 빨려 들어간 A씨 손에 닿지 않았다. 또한, 이 작업엔 보통 4명이 투입되지만 휴일이었던 그날은 3명이서 진행됐다. 사고를 목격하자마자 곧바로 스위치를 눌러줄 동료가 A씨 곁에 없었다.


당시 회사 측은 사고를 알고도 119를 불러주지 않았다.


사고 이후, A씨의 손은 더 이상 일을 배울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원인불명의 통증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특별한 자극이 없어도 바늘로 찌르거나, 칼로 베이는 등의 통증이 주기적으로 나타났다.


A씨는 무언가 닿기만 해도, 고통은 느껴졌다. 외상 환자 약 2000명당 1명에게 발생하는 흔치 않은 통증이었다. 이에 대해 의사는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 진단을 내리며 "(A씨는) 식사 등 일상적인 활동에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신동욱도 투병 중인 이 희귀병은 통증의 강도가 여성의 출산 또는 손가락이 잘리는 고통 정도로 알려져 있다.


회사는 사고사실만 인정⋯그 외 사고 책임을 모두 부인했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산업재해를 당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A씨는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A씨가 그날, 회사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 측은 A씨에게 상당한 대우를 해줬다고 항변했다. 그를 기술자로 키우기 위해 특별 채용을 했고, 별도로 지도했다는 것이다.


쟁점 ① 휴일인 일요일 출근⋯자발적이었나, 강제였나

먼저, 그날 출근에 대해 A씨는 "사장의 아들이 굳이 휴일에 나오라고 시켰다"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주장했다.


반면 회사 측은 '자발적'이었다고 했다. 애초 연락을 하면서 A씨에게 "직속 상급자인 팀장 없이 하는 최초의 작업이기 때문에, 어려울 것 같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A씨가 거절하지 않고 출근을 했으니 강제성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쟁점 ② 난이도 있는 업무를 왜 혼자 했나

A씨는 팀장 없이 작업을 한 이유에 대해선 "회사 측이 자신에게 '반장' 역할을 부여해주겠다며 작업을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였다.


이에 회사 측은 "A씨가 팀장 없이 업무를 직접 할 수 있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말했다. 기술자가 되고 싶었던 A씨가 스스로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는 것이다.


증언에 따르면 업무는 입사 7개월 된 A씨가 팀장 없이 하기에 어려운 일임은 확실했다. 같이 업무를 한 외국인 근로자 B씨는 해당 업무를 '어려운 일'이라고 했고 A씨를 지도한 팀장 C씨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난이도가 있는 업무였음을 알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쟁점 ③ 안전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졌나

안전교육 소홀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A씨는 "회사의 안전교육을 받지 못해 사고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회사 측은 A씨가 지속적으로 받은 안전교육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작업했다고 주장했다. 찢어진 종이를 이어붙일 때, 기계의 속도를 일시 정지하거나 줄여야 하는데 A씨는 그렇지 않았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대한 증언은 엇갈렸다. 기계에 감기는 등의 사고와 관련된 안전교육을 받았는지에 대해 B씨는 "없었다", C씨는 "있었다"고 말했다.


6억원 손해배상 소송⋯법원, 회사 책임 50% 인정해 약 2억 4000만원 배상 판결

지난 8월 첫 재판이 열렸다. 사고가 발생한 지 7년 만이었다. 쟁점은 사고에 대한 과실 비율이었다.


A씨는 회사 측에 약 6억원을 청구했다. 손해가 12억원에 달하지만 자신의 과실 40%를 감안하고, 근로복지공단 등으로부터 받은 여러 급여를 공제한 뒤 나온 금액이었다.


반면 회사 측은 A씨의 과실 비율이 80% 이상이라고 주장하며 반박했다. 앞서 A씨가 회사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했지만, 최종 무죄가 나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만큼 회사는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할 도리를 다했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A씨가 겪고 있는 질병은 희귀한 질병이라며 사고와의 연관성을 최소화하려 했다.


사고 경위와 과실 비율 등 모든 쟁점이 맞부딪히는 가운데, 재판을 맡은 수원지법 안양지원 재판부(재판장 서수정 부장판사)는 A씨가 청구한 금액의 절반 정도를 회사가 책임지라고 판단했다.


회사 측이 A씨에게 평소 팀장이 하던 업무를 시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본 게 주요했다. 안전교육 일부가 실제 이뤄지지 않은 점도 드러났다. 그중엔 실제 교육을 받은 것처럼 A씨의 서명이 들어가기도 했다.


A씨를 대리한 법무법인 이평의 양지웅 변호사. /로톡DB
A씨를 대리한 법무법인 이평의 양지웅 변호사. /로톡DB

작업표준서에 따르면 A씨의 오른팔까지 기계에 빨려 들어간 계기가 된 '손목 보호대'도 착용하면 안 됐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보호대 착용을 권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재판부는 사고에 A씨의 책임도 있다고 했다. 기계의 속도를 조절하는 등 긴급한 상황에 대처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A씨의 통증이 원인이 완벽히 규명되지 않은 점도 고려됐다.


이에 따라 인정된 손해배상금액은 약 2억 4000만원.


일실수입과 식사·목욕 등 일상생활을 위한 돌봄 비용, 향후 치료비, 위자료가 포함됐다. 일실수입이란 A씨가 만 65세까지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 얻을 수 있는 수입을 말한다.


A씨를 대리한 법무법인 이평의 양지웅 변호사는 "A씨는 끝까지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며 "법원에서 다투어진 금액만이 근로자의 억울한 심정을 대변해 줄 뿐"이라고 했다.


이어 "7년만에 얻은 작은 정의가 근로자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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