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SM(성적 역할극)인 줄 알았는데… '걸레, 망가져라' 폭언, 처벌될까?
BDSM(성적 역할극)인 줄 알았는데… '걸레, 망가져라' 폭언, 처벌될까?
'진심'이라는 말에 무너진 안전선… 역할극 빙자한 언어폭력, 법의 판단은?

BDSM 파트너에게 '진심'이라며 '걸레' 등 심한 언어폭력을 당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AI 생성 이미지
BDSM(성적 역할극) 파트너로부터 '진심'이라며 '걸레', '망가졌으면 한다'는 등의 끔찍한 언어폭력을 당했다는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역할극이라는 특수한 관계를 방패 삼은 성적 모욕이 과연 법의 심판대에 오를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합의가 깨진 시점'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도, 특정 발언들은 명백한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너 좀 써야겠다"… 단 한 번의 만남, 위험한 제안
사건의 시작은 BDSM을 전제로 만난 여성 A씨와 한국 영주권을 가진 혼혈 미국인 남성의 만남이었다. 단 한 번의 만남 후, 남성은 A씨에게 "너 좀 '써야겠다'"며 친구들과의 술자리로 그녀를 불렀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관계에서 나온 불쾌하고 위험한 제안에 A씨는 본능적인 불안감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단체 성관계냐?" 그리고 "그 자리에 마약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돌아온 것은 자신을 약쟁이로 취급한다며 터져 나온 남성의 분노였다. A씨가 “미안하다, 안전 확인이었다”고 사과하자 남성은 다음 날 진정된 듯 보였다. 하지만 이는 더 큰 폭풍의 전조에 불과했다.
"진심이냐, BDSM이냐?"… '진심'이라는 답변과 쏟아진 폭언
이후 A씨가 관계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자, 남성은 2주간 A씨의 메시지를 읽고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A씨가 답변을 재촉하자, 그는 돌연 온갖 모욕적인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BDSM 역할극이라 생각하고 맞장구를 쳐 주던 A 씨였지만, 남성의 말은 점점 선을 넘었다. 급기야 남성은 "너는 걸레다", "네가 정말로 망가졌으면 한다", "내 애를 낳아라", "기분 나빠서 너를 사람 취급 못할 듯하다" 등의 발언을 퍼부었다.
혼란에 빠진 A씨가 "너는 진심이냐 아님 bdsm이냐?"라고 묻자, 남성은 망설임 없이 "진심이다"라고 답했다. 결국 A씨는 관계 정리와 사과를 요청했지만, 남성은 사과 없이 A씨를 차단하며 관계를 끝냈다.
법적 쟁점은 '합의 범위 이탈'… 변호사들, "통신매체음란죄 가능"
A씨는 자신의 안전 확인 질문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까 두려워했지만, 변호사들은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정진열 변호사는 "역고소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안전 확인 차원에서 질문한 것은 어떤 범죄도 구성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이를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역고소하려 해도, 특정 사실을 공연히 적시한 것이 아니라 당사자 간 대화에서 질문한 것에 불과하므로 성립하기 어렵습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오히려 법적 쟁점은 남성의 폭언에 집중됐다. 장우진 변호사는 "'너는 걸레다', '너가 정말로 망가졌음 한다', '내 애를 낳아라', '너를 사람취급 못할 듯하다' 등의 발언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BDSM이라는 특수 관계가 사건을 복잡하게 만든다. 고준용 변호사는 "상대가 그 대화를 ‘합의된 성적 유희’로 주장할 전략에 대비하여, 대화가 ‘합의 범위를 이탈한 시점’을 명확히 선별하고 입증하는 작업이 핵심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이 사건에서 남성이 스스로 '진심'이라고 밝힌 대목이 바로 그 '합의 범위를 이탈한'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혐의 입증을 위해 모든 대화 내용을 즉시 증거로 보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