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잃고 빚만 남은 20대 형제... 형이 섣불리 '상속 포기' 하면 안 되는 이유
부모 잃고 빚만 남은 20대 형제... 형이 섣불리 '상속 포기' 하면 안 되는 이유
입대 앞둔 20대 형과 고등학생 동생
형 혼자 상속 포기하면 빚은 고스란히 동생 몫
'이해상반행위' 주의해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입대를 앞둔 대학생 A씨와 고등학생 동생.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두 형제에게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아버지마저 최근 세상을 떠났다. 슬픔을 추스를 새도 없이 형제에게 닥친 건 아버지가 남긴 거액의 카드빚과 대출금이었다.
주변에서는 "상속을 포기하면 빚을 안 갚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덜컥 상속을 포기했다가는 어린 동생이 빚더미에 앉을 수도 있다는 법적 경고가 나왔다. 6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빚 상속을 두고 딜레마에 빠진 형제의 사연이 소개됐다.
"상속 포기하면 빚 안 갚아도 된다?"... 남은 가족에겐 폭탄 돌리기
A씨는 장례식장에서 아버지 지인들의 수군거림을 듣고서야 아버지의 경제적 곤궁함을 알게 됐다. '안심 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확인한 결과, 재산은 거의 없고 빚만 가득했다. A씨는 상속 포기를 결심했지만, 아직 미성년자인 동생이 마음에 걸렸다.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우진서 변호사는 "형이 상속을 포기하면 동생에게 빚이 넘어가는 구조"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우 변호사는 "공동상속인 중 1인이 상속을 포기하게 될 경우, 나머지 공동상속인에게 모두 귀속된다"고 설명했다. 즉, 형 A씨가 빚을 피하겠다고 단독으로 상속을 포기해버리면, 그 빚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고스란히 고등학생인 동생에게 넘어가게 되는 셈이다.
미성년자 동생의 상속 포기, 형이 대신해줄 수 없다
문제는 동생이 미성년자라는 점이다. 미성년자는 단독으로 법률 행위를 할 수 없어 법정대리인이 필요하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상황이라 성년인 형이 후견인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 사건에서는 형이 동생을 대리할 수 없다. 법적으로 '이해상반행위(이해충돌관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우 변호사는 "형 또한 상속을 포기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형이 포기하면 동생이 상속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두 분이 이해충돌관계에 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형의 이익(빚 면제)이 동생의 손해(빚 떠안음)로 직결되는 상황에서는 형이 대리권 행사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특별대리인 제도다. 우 변호사는 "형이 법원에 미성년자를 위한 특별대리인 선임을 청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원이 정한 제3자가 동생의 입장에서 상속 문제를 판단해야 공정하다는 취지다.
3개월 골든타임... 통장에서 돈 빼쓰면 '단순 승인' 간주
상속 빚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시간도 중요하다. 원칙적으로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은 피상속인의 사망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신청해야 한다.
우 변호사는 "이 기간(3개월) 내에 상속재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사용하면 안 된다"며 "재산 처분의 경우 묵시적으로 상속을 승인한 것으로 보기에 그 순간부터는 상속 포기가 불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아버지 통장에서 장례비 외의 돈을 무심코 인출해 썼다가는 빚까지 모두 떠안게 될 수 있다.
우 변호사는 A씨 형제에게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한정승인을 제시했다. 그는 "특별대리인이 선임된 경우, 동생은 상속을 포기하고 형이 한정승인을 받아 아버지의 적극재산(플러스 재산)과 소극재산(빚) 사이를 정리하는 것이 안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