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단 1명도 없었다…8개월 정교유착 수사, 종교인만 무더기 기소
정치인은 단 1명도 없었다…8개월 정교유착 수사, 종교인만 무더기 기소
신천지·통일교 관계자만 대거 재판행
'지위고하 막론' 수사, 용두사미 비판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왼쪽)과 한학자 통일교 총재 /연합뉴스
종교단체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파헤치겠다며 출범한 정교유착 비리 합동수사본부(합수본). 약 8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신천지와 통일교 관계자들은 대거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현금 수천만원 수수 의혹 등을 받던 정치인은 단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대대적인 수사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이 모두 처벌을 피한 이유는 무엇일까?
'수천만원 금품' 의혹 정치인들, 줄줄이 불기소된 이유
합수본 출범 당시 최대 관심사는 통일교의 금품 로비 의혹이었다.
전재수 전 민주당 의원(당시 부산시장 후보)이 통일교로부터 현금 2000만원과 1000만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받았다는 의혹이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합수본은 지난 4월 전 전 의원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합수본은 금품이 오간 것으로 의심되는 시점과 장소를 '2018년 8월 21일 천정궁'으로 특정했지만, 금품 공여자로 지목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 외에 다른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였다. 함께 금품 수수 의혹을 받았던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도 같은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132명에게 1억 8900만원 '쪼개기 후원', 정치인 처벌은 0명
통일교의 '쪼개기 후원' 의혹 수사에서도 정치인은 모두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합수본은 통일교가 2019년부터 국회의원 등 정치인 132명에게 219차례에 걸쳐 총 1억 8900만원을 불법 기부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주도한 윤 전 본부장 등 통일교 관계자들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후원금을 받은 정치인 132명은 처벌받지 않았다. 합수본은 이들이 계좌로 들어온 돈이 통일교에서 특정 목적을 갖고 보낸 것임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신천지 '수사 무마 로비' 의혹, 결론 못 내고 경찰로
신천지와 정치권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이희자 근우회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결론 없이 경찰로 이첩됐다.
합수본은 이 회장이 신천지 자금으로 권성동·박성중 전 의원에게 각각 1000만원을 불법 후원했다는 의혹을 수사해왔다.
그러나 합수본 관계자는 "여러 혐의를 수사하다 보니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결론을 내리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경찰 이첩 이유를 밝혔다.
신천지가 이 회장을 통해 수원지검의 조세포탈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 역시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다만 합수본이 별도 처분을 내리지 않았고 이 회장 사건이 경찰로 넘어간 만큼, 향후 경찰 수사에서 추가 정황이 드러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정치인 빠진 수사, 횡령 등 다른 혐의만 기소
결과적으로 합수본은 정작 '정교유착'의 핵심인 정치인들은 한 명도 기소하지 못하고, 종교 단체 내부 비리 수사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합수본은 이만희 총회장 등 신천지 관계자 16명과 통일교 관계자 16명을 재판에 넘겼다. 또 수사 과정에서 고동안 전 신천지 총무의 60억원대 횡령 혐의를 포착해 기소하는 등 별도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겠다'던 약속과 달리 정치인에 대한 수사가 모두 불기소나 이첩으로 마무리되면서 수사가 용두사미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