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으로 번역했을 뿐" 주장 안 통했다… 불법 만화 번역자에 1억 원 배상 판결
"팬심으로 번역했을 뿐" 주장 안 통했다… 불법 만화 번역자에 1억 원 배상 판결
수익 창출 없어도 저작권 침해
법원, "불법 유통 공급망에 엄중 경고"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MBN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해외 인기 만화를 한국어로 무단 번역해 불법 사이트에 넘긴 번역자가 정식 판권을 가진 국내 출판사에 약 1억 원에 달하는 손해를 배상하게 됐다.
"영리 목적이 없는 단순 팬 활동이었다"는 번역자 측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수익 취득 여부와 상관없이 무단 번역물을 불법 유통망에 제공해 정식 출판사에 실질적인 손해를 입힌 책임을 엄중히 물었다.
취미로 시작된 무단 번역과 불법 유통
일본에서 출간된 인기 만화 '고향최고'는 국내 한 출판사가 정식 판권을 사들여 한국어판을 유료로 웹사이트에 연재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동일한 작품이 불법 만화 사이트에서도 한국어로 번역되어 버젓이 공개되어 있었다.
조사 결과 해당 번역물은 개인의 무단 작업에서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강 모 씨는 2024년 3월부터 6월까지 일본어로 된 만화를 무단으로 번역한 뒤, 메신저 텔레그램을 이용해 불법 사이트 운영자에게 전달했다.
강 씨가 넘긴 번역물은 120여 개의 게시물로 나뉘어 불법 사이트에 올려졌으며, 게시물 1건당 평균 조회수는 2만 여 회에 달했다.
대가 없는 팬심 VS 정식 유료 시장 침해
출판사의 소송으로 법정 싸움이 시작되자, 양측은 번역 행위의 성격을 두고 팽팽히 맞섰다.
강 씨는 취미이자 팬 활동으로 번역했을 뿐 금전적 수익을 얻을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돈을 벌지 않았으므로 출판사 측에 손해를 배상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였다.
반면 출판사 측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판권을 사와 연재 중인 유료 서비스가 불법 번역물 유통으로 인해 극심한 영업상 타격을 입었다고 반박했다. 불법 사이트에 무료로 풀린 번역물 때문에 유료 결제 이용자가 이탈했다는 입장이다.
법원의 엄중한 잣대… "비영리라도 저작권 침해"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정식 출판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강 씨에게 약 9,6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의 시각은 명확했다. 강 씨가 직접 수익을 얻었는지 여부와 별개로, 번역물을 불법 사이트에 제공해 출판사에 실질적인 손해를 입힌 책임이 피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법리적으로 저작권법 제22조에 따르면 저작자는 자신의 저작물을 바탕으로 2차적저작물을 작성할 권리를 독점한다.
타인의 저작물을 허락 없이 번역하는 행위 자체가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에 해당하며, 영리 목적이 없더라도 민법 제750조에 따라 고의나 과실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한다.
또한 무단 번역물을 불법 사이트 운영자에게 전달한 행위는 운영자의 공중송신권 및 복제권 침해를 용이하게 만든 방조 책임 또는 공동불법행위 책임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불법 사이트가 없었다면 이용자들이 정식 유료 서비스를 이용했을 것이라는 조사 결과와 높은 조회수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
불법 번역 공급망에 던진 경고장
이번 1심 판결은 불법 사이트 운영자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번역자에게도 독립적인 법적 책임을 물은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암암리에 이루어지던 무단 번역 행위가 개인의 취미나 팬심이라는 이유로 용인될 수 없으며, 불법 유통 공급망 역할을 할 경우 수천만 원대의 엄중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유의미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