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은메달리스트' 왕기춘 징역 6년⋯그런데 재판부는 '강간죄'는 무죄로 봤다?
'유도 은메달리스트' 왕기춘 징역 6년⋯그런데 재판부는 '강간죄'는 무죄로 봤다?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성립되는 강간죄⋯재판부 "그 정도는 아니다"
다만 '위력'을 이용한 범죄로 판단⋯예비적 공소사실 인정해 징역 6년 선고
위력이란, 폭행·협박에 이르지는 않지만 사람의 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힘

자신이 가르치던 미성년 제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베이징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왕기춘에 대해 법원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자신이 가르치던 미성년 제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베이징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왕기춘에 대한 법원 판단이 20일 나왔다.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상 '강간'은 무죄, '위력에 의한 간음'은 유죄.
강간죄가 성립되려면 폭행과 협박이 있어야 하는데, 재판부는 왕씨의 행동을 폭행 또는 협박으로 볼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폭행⋅협박에 미치진 못해도 '위력'은 존재한다고 보아 징역 6년형을 선고했다.
왕기춘은 지난 2017년 자신의 미성년 제자 A양을 성폭행하고, 지난해에는 또 다른 제자 B양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섰다.
이날 재판을 진행한 대구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는 "강간죄에 대해 폭행, 협박 등 제반 상황을 종합해 판단하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라며 "피해자들의 진술을 봤을 때 이런 폭행과 협박 등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왕기춘에게 적용된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제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아동⋅청소년을 강간한 사람을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신 왕기춘의 행위가 '위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위력이란 폭행·협박에 이르지는 않지만, 사람의 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힘이다.
재판부는 "왕씨는 피해자에게 유·무형 위력을 행사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왕씨의 일방적 요구에 피해자가 수용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왕씨는 "피해자와 연애 감정이 있었다"며 항변하기도 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부장판사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 피해자에 합의를 종용한 점, 그리고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점은 불리하다"고 했다.
다만, "성범죄를 포함해 다른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범행 때 행사한 위력의 정도가 크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해 결정했다"며 실형 선고의 배경을 밝혔다.
덧붙여 재판부는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 8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다만, 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기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