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함께 산 사실혼 배우자 사망…내가 산 집·차, 상속인에게 다 뺏기나요?
10년 함께 산 사실혼 배우자 사망…내가 산 집·차, 상속인에게 다 뺏기나요?
법원 “사망 시 재산분할 안 돼”…변호사들 “'내 돈' 입증하면 민사소송으로 찾을 길 있다”

사실혼 배우자 사망 시 상속권과 재산분할 청구권은 없지만, '사실혼관계존재확인의 소'를 통해 관계를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 / AI 생성 이미지
10년간 동고동락하며 사업까지 함께 일군 사실혼 배우자가 최근 세상을 떠났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정상속인은 배우자의 성인 자녀들이 됐다.
A씨는 10년간의 기여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상대방 명의로 된 재산의 형성에 A씨의 돈과 노력이 들어갔지만, 상속권은 없기 때문이다.
A씨는 10년간 함께 만든 재산에 대한 자신의 몫을 되찾을 수 있을까?
배우자 사망 시 '재산분할 청구권'은 인정 안 돼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혼 관계가 배우자의 사망으로 끝났을 때 남은 배우자가 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는 없다. 변호사들은 이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처럼 살아 있을 때 관계를 정리하는 경우를 전제로 한다. 한쪽이 사망해 관계가 끝난 경우에는 재산분할이 아닌 상속의 문제로 보는데,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권이 없다는 것이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상 사실혼 관계가 일방의 사망으로 종료된 경우, 안타깝지만 상속인들을 상대로 한 재산분할청구는 인정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중산 김영오 변호사 역시 "사실혼 관계가 '사망'으로 인하여 종료된 경우에는 민법상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산분할 대신 '내 돈 돌려달라'…개별 민사소송으로 접근해야
하지만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변호사들은 재산분할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상대방 명의 재산에 들어간 ‘내 돈’을 돌려달라는 개별적인 민사 소송을 통해 권리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언 법률사무소 박영재 변호사는 "상속인과는 재산분할이 아니라 '내 돈, 내 재산을 돌려달라'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공동 재산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원래 내 소유였던 재산을 되찾아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차량 구입대금처럼 돈을 댔지만 명의만 다른 사람 이름으로 한 경우 '명의신탁 해지' 또는 '부당이득반환 청구' ▲상대방 계좌에 투자한 돈은 '대여금' 또는 '부당이득반환 청구' ▲함께 운영한 사업에 대한 기여분은 '동업 정산금 청구' 등이 있다.
법무법인 태일 최지우 변호사는 "해당 재산이 상대방에게 증여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자금 또는 공동재산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계좌이체 내역, 계약서, 회계자료, 세금신고 자료 등을 핵심 증거로 꼽았다.
소송의 첫 단추, '사실혼관계존재확인' 판결부터
일부 변호사들은 본격적인 재산 관련 소송에 앞서 중요한 절차를 밟아 두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바로 '사실혼관계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사망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검사를 상대로 사실혼관계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해, 사실혼 관계 자체를 법원에서 확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이 확인판결은 국민연금공단이 유족연금 지급을 다툴 때 결정적 증거가 될 뿐 아니라, 개별 재산권 청구소송에서도 두 분의 관계와 생활공동체성을 입증하는 핵심 전제자료로 쓰인다"며 가장 먼저 진행할 것을 권했다.
법률사무소 반석 최이선 변호사도 같은 의견을 내며, 상속인들이 재산을 처분하기 전에 가압류 등 보전처분을 신속히 진행해야 할 필요성도 짚었다.
주민등록 달라도 '유족연금' 가능…실제 공동생활 입증이 관건
A씨가 궁금해한 국민연금 유족연금은 사실혼 배우자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법상 배우자에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은 주민등록상 주소가 달랐다는 사실만으로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라미 법률사무소 이희범 변호사는 "주민등록 주소가 달라도 실제 혼인의 의사와 부부공동생활, 생계유지 관계를 입증하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공동생활비 지급 내역, 공동사업 자료, 가족행사나 병원 보호자로 기록된 자료, 사진, 주변인 진술 등을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