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3년 안 주다, 갑자기 입금했다? 양육비 선지급제 '꼼수' 논란
양육비 3년 안 주다, 갑자기 입금했다? 양육비 선지급제 '꼼수' 논란
제도 시행 앞두고 20만 원씩 몇 차례 입금
신청 요건 피하려는 ‘꼼수 송금’에 제도 취지 무색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이혼한 지 4년 됐고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데요. 양육비는 첫 두 달만 보내왔다가 3년 10개월 동안 한 푼도 받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번 제도 시행을 앞두고 갑자기 20만 원씩 3번을 보냈더라고요?"
이달 1일 양육비 선지급제가 시행되면서 한부모가정에 희망의 빛이 비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제도를 악용하려는 비양육자들의 교묘한 꼼수가 벌써부터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10가구 중 8가구가 양육비 미지급 경험
류현주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7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 "2022년 기준 한부모가정이 약 150만에 달하고, 이 중 10가구 중 8가구가 양육비 미지급을 경험했다"며 심각한 현실을 전했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감정적 요소다.
류 변호사는 "이혼 과정에서 적대적인 상대방이었던 과거의 배우자에게 돈을 이체해야 한다. 이런 부분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들이 많고, 내가 주는 돈이 아이에게 쓰일지 의심하는 분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월 20만원 지급하는 양육비 선지급제⋯"턱없이 부족한 수준"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것이 '양육비 선지급제'다.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한부모가족에게 국가가 양육비를 우선 지급하고 비양육자에게 회수하는 제도다.
중위소득 150% 이하 가구의 자녀 1인당 월 20만 원을 18세까지 지원한다. 지원 대상 미성년자는 1만 3천여 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원 금액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류 변호사는 "2021년 개정된 서울가정법원의 양육비산정기준표에 따르면 자녀 1명당 월평균 양육비는 최소 62만 1000원에서 최대 288만 3000원"이라며 "재판에서 통상적으로 산정되는 양육비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제도 시행 직전 갑자기 입금 "명백한 꼼수"
문제는 제도를 피하려는 비양육자들의 꼼수가 벌써부터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혼한 지 4년 된 30대 여성 A씨는 아이 둘을 키우며 겪은 황당한 경험을 방송에 털어놨다.
A씨는 이혼소송을 통해 양육권을 가져왔지만 전 남편은 양육비를 첫 두 달만 보내왔다. 이후 3년 10개월 동안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양육비 선지급제 시행을 앞두고 갑자기 20만 원씩 3번을 보내온 것이다.
류 변호사는 "명백한 꼼수"라고 단언했다. "실제 이 제도 시행을 앞두고 한부모 가족들 커뮤니티에서는 '1년 가까이 양육비를 안 주다가 지난달 7만 원이 입금됐다'는 등 비슷한 사례들이 공유되고 있다"며 "선지급제도 자체를 신청하지 못하게 해서 징수 대상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3개월 연속 미지급이어야 신청 가능⋯제도 허점 드러나
양육비 선지급제 신청을 위해서는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양육비 채무자가 신청일 직전 3개월 또는 3회 연속 양육비를 주지 않는 경우 ▲가구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 ▲양육비 이행확보를 위한 절차를 종료했거나 진행 중인 경우 등이다.
문제는 첫 번째 요건이다. 류 변호사는 "현재 마련된 선지급제 하에서는 신청요건을 충족시키려면 3개월 또는 3회 연속해서 양육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아야 한다"며 "즉, 최근 3개월간 1만 원이라도 입금했으면 신청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건데, 이 부분은 신속히 제도를 보완해야 하는 문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자녀가 성인됐다고 포기하지 마세요
한편, 이미 자녀가 성인이 된 경우에도 포기할 필요는 없다. 한 청취자는 "이번 제도가 미성년에게만 적용된다고 알고 있다. 저는 이혼한 뒤 홀로 10년이 넘는 시간을 일해가며 아들을 키웠는데, 그 과정에서 정말 단 1원도 양육비로 받지 못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놨다.
류 변호사는 "장래양육비는 자녀가 미성년일 때만 청구할 수 있지만, 미지급 양육비에 대해 '과거양육비'를 일시금으로 청구할 수 있다"며 "과거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일반채권과 같이 10년이고, 자녀가 성인이 된 날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양육비 선지급제는 150만 한부모가정에게 희망을 주는 제도지만, 교묘한 꼼수들이 벌써부터 등장하고 있어 제도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양육비는 아이를 위한 의무이지 선택이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