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보증금이 돌려막기 재료였다니" 426억 꿀꺽한 '1세대 빌라왕', 징역 10년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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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보증금이 돌려막기 재료였다니" 426억 꿀꺽한 '1세대 빌라왕', 징역 10년의 심판

2026. 01. 05 13:44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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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채 집어삼킨 '무자본 갭투자'의 최후

재판부 "주거 안정 심각하게 위협" 중형 선고

426억 원대 전세보증금을 '돌려막기'로 가로채며 서민의 주거권을 파괴한 1세대 빌라왕에게 법원이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서울과 인천 일대에서 수백억 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채며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이른바 '1세대 빌라왕'이 법원으로부터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민들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사업 확장 수단으로 악용한 대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김지영 판사는 최근 사기와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진 모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고단2678). 이번 판결은 조직적이고 반복적인 전세사기 범행에 대해 사법부가 내리는 엄중한 경고로 풀이된다.


무자본으로 쌓아 올린 772채의 공든 탑, 결국 비극으로 끝나

사건의 전말은 진 씨가 자기 자본 없이 부동산을 사들이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도입하면서 시작되었다. 진 씨는 2016년 1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서울 강서구와 금천구, 인천 일대에서 다세대 주택을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매매 가격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받아 그 차액을 챙기는 방식으로, 6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그가 사들인 주택은 무려 772채에 달했다.


진 씨는 임차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대담하게 계약서를 가짜로 꾸미는 사문서 위조 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다. 선순위 보증금 내역을 속여 안전한 매물인 것처럼 가장한 뒤, 임차인들로부터 받은 보증금을 기존 임차인에게 돌려주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위험한 운영을 지속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임차인 227명이 총 426억 원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막연한 기대가 만든 인재"... 법원이 판단한 사기죄의 고의성

재판 과정에서 진 씨 측은 부동산 시세 상승이나 후속 임차인 확보를 기대했다는 취지로 항변했으나, 법원의 판단은 냉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제대로 관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임대 사업을 키워왔으며, 이는 부동산 시장 상황에 기댄 막연한 기대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률적으로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고지해야 할 '선순위 보증금 내역' 등을 허위로 알리거나 은폐한 점이 사기죄의 핵심인 '기망행위'로 인정되었다. 판례(대법원 2010도5124)에 따르면 부동산 거래 시 신의성실의 원칙상 고지해야 할 사항을 어긴 경우 사기죄가 성립한다. 또한, 진 씨가 편취한 금액이 426억 원에 달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가중처벌 대상이 된 점도 중형 선고의 주요 배경이 되었다.


공적 자금 투입도 '피해 회복' 아냐... 엄중한 처벌 불가피

재판부는 이번 범행이 서민과 사회초년생의 주거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했다는 점을 양형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일부 피해자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보증금을 반환받았으나, 재판부는 이를 진 씨에 의한 피해 회복으로 보지 않았다. 공적 자금이 투입되어 피해가 공공기관으로 전가된 것일 뿐, 피고인의 죄책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고단2019 참조).


다만, 재판부는 진 씨가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서민의 전 재산을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아 생활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전세사기에 대해 법원은 앞으로도 무관용 원칙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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