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추적 끝에 잡은 13년 전 성폭행범…정체는 현직 경찰이었다
DNA 추적 끝에 잡은 13년 전 성폭행범…정체는 현직 경찰이었다
DNA법과 과학수사 발전으로 장기 미제사건 해결
1심 무죄 뒤집고 유죄 이끌기도

13년 전 성폭행 미제사건의 범인이 DNA 대조로 현직 경찰관으로 밝혀졌다. /셔터스톡
완전 범죄는 없다는 말이 과학수사 기술의 발전으로 다시 한번 증명됐다. 13년 전 발생한 성폭행 미제사건의 범인이 최근 다른 사건으로 채취된 DNA와 일치하며 경찰에 붙잡혔는데, 그의 정체가 현직 경찰관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자칫 영원히 묻힐 뻔했던 진실이 DNA라는 결정적 증거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5월 서울 은평구의 한 노래방에서 발생한 단순 침입 사건이었다. 영업이 끝난 시간에 무단으로 들어와 3시간가량 머문 범인의 흔적을 쫓던 경찰은 현장에서 DNA를 채취했다. 이 DNA는 'DNA법'에 따라 구축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됐고, 수사관들은 놀라운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25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김연준 변호사(로엘 법무법인)에 따르면, 이 DNA는 13년 전인 2011년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성폭력 미제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DNA와 정확히 일치했다.
결국 노래방 무단 침입 혐의로 특정된 피의자는 13년 묵은 성폭행 혐의까지 받게 됐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의 신분이었다.
김연준 변호사는 "피의자는 현직 서울경찰청 소속 경위였으며, 2011년 성폭력 사건 발생 당시에도 경찰로 근무했던 인물"이라고 밝혔다. 범행을 감추고 10년 넘게 경찰관으로 근무해 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는 직위 해제된 뒤 구속 기소됐다.
1심 무죄 뒤집은 'DNA 재감정'…피해자 사망 후 억울함 풀었다
DNA는 장기 미제사건 해결뿐만 아니라, 법원의 판결을 뒤집는 '스모킹 건'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동호회에서 만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남성의 사건이 대표적이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의 속옷에서 피고인의 'Y염색체(STR-Y형)' DNA가 검출됐지만, 정액 반응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김 변호사는 "Y염색체는 아버지 쪽 계통이 같은 남성에게선 동일하게 나올 수 있어, 법원은 다른 행위자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피해자가 재판 도중 지병으로 사망하면서 법정에서 직접 증언하지 못한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은 검찰은 대검 과학수사부에 2차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결과는 극적이었다. 특수 조명을 비춰 체액 흔적을 찾아내는 등 더 세밀한 분석을 통해, 이번에는 개인 고유의 정보가 담긴 '상염색체(autosomal)' DNA와 함께 명확한 정액 반응이 확인된 것이다.
새로운 과학적 증거를 받아든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을 뒤집고 피고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다. 김연준 변호사는 "고도화된 DNA 분석 기술이 사망한 피해자의 생전 진술에 신빙성을 더해준 결정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특히 성폭력 범죄의 경우 DNA 등 과학적 증거가 확보되면 공소시효가 10년 연장돼 완전 범죄 가능성을 차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