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 없는 여드름 주사, 얼굴에 '움푹' 흉터…환자 동의는 어디로?
동의 없는 여드름 주사, 얼굴에 '움푹' 흉터…환자 동의는 어디로?
피부과 염증 주사 시술 후 피부 패임 부작용 발생…의료법상 '설명의무 위반' 및 과실 책임 쟁점 부상

여드름 치료를 위해 피부과를 찾은 환자가 의사에게 동의 없는 시술을 받고 얼굴에 영구적인 흉터가 남았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여드름 치료하러 갔다가 평생 흉터…'염증 될까 봐' 의사 임의 시술에 법조계 '명백한 위법'
간단한 여드름 치료를 위해 찾은 동네 피부과에서 환자 동의 없이 시술을 받은 뒤 얼굴에 영구적인 흉터가 남는 사건이 발생했다. 법조계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해외 출국을 앞둔 A씨는 2025년 9월, 화농성 여드름 치료를 위해 동네 피부과를 방문했다. 의사는 염증 주사 치료를 권했고, A씨는 특정 부위에 대한 시술에 동의했다.
하지만 의사는 시술 도중 A씨가 요청하지 않은 부위까지 주사를 놓았다. "염증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 의사의 독단적인 판단이었다.
"염증 될까 봐"…동의 없이 날아든 주삿바늘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요청했던 부위 외에 다른 곳에도 주사를 놓아 당황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병원에서 염증 주사를 맞아봤지만, "염증이 될 가능성이 보이는 좁쌀 여드름"에 예방적으로 주사를 놓는 경우는 처음 겪는 일이었다.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동의 없이 시술받은 부위의 주사 자국은 사라지지 않았고, 약 3주 뒤에는 피부가 움푹 패이는 '함몰 흉터'로 변했다. A씨는 귀국 후 다른 병원 두 곳을 찾아가 해당 흉터가 '염증 주사 부작용'이라는 공식 진단을 받았다.
하마터면 '독' 될 뻔한 처방전…아찔했던 순간
진료 과정에서 의사의 부주의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A씨는 진료 전 문진표에 복용 중인 피지조절제 약물을 명확히 기재했다. 그러나 의사는 이와 함께 복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항생제를 처방하려 했다.
A씨가 "피지조절제와 같이 먹어도 되느냐"고 재차 확인하자, 의사는 그제야 놀라며 "절대 함께 복용하면 안 되는 약"이라며 처방을 수정했다. A씨는 "만약 내가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법조계 "환자 자기결정권 침해, 명백한 불법행위"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휘명의 김민경 변호사는 "의료법 제24조의2는 의료인이 환자에게 치료 방법, 발생 가능한 부작용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도록 규정한다"며 "환자 동의 없는 시술은 그 결과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환자가 자신의 신체에 가해지는 의료행위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 즉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행위라는 것이다. 대법원 역시 판례를 통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설명의무 위반은 위법하다고 여러 차례 판시한 바 있다.
치료비부터 위자료까지…'증거'가 손해배상 좌우한다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경태 변호사는 "시술 전후 사진, 타 병원 진단서, 진료기록 등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할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 발생한 치료비, 향후 치료비, 교통비는 물론 얼굴 흉터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 역시 "이미 타병원에서 부작용 원인을 진단받았고 사진 등 증거를 확보해 법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라며 "병원 측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A씨는 현재 다른 병원에서 피부 재생 치료를 받고 있지만, 흉터는 호전되지 않고 있다. 그는 법률 상담을 마친 뒤 해당 병원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치료비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