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거절이 아니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침묵은 거절이 아니다

2021. 08. 05 16:07 작성2021. 08. 09 14:03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임대차 계약에 '바닥 난방공사' 특약으로 넣었는데⋯집주인, 시공 어렵다며 대안 제시

세입자 "원래 약속대로 공사할 수 없는 게 맞느냐" 물었지만 답장 없던 집주인

이후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계약 해제 통보했는데⋯대법원 "계약 거절 의사였다고 볼 수 없다"

계약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세입자의 문자에 집주인이 즉시 답변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계약 이행 거절로 볼 수 없어 계약이 해제된 것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네이버 지도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두 사람이 전세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특약으로 "입주 전까지 바닥 난방공사를 완료한다"는 조건도 붙였다. 해당 집은 바닥이 아닌 천장에서만 난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세입자는 이후 계약금 2000만원을 입금했다.


그런데 계약 후에 집주인(임대인)이 "바닥 난방공사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하면서 둘 사이에 갈등이 일었다. 집주인은 애초 특약과 다른 카펫 공사, 전기패널 설치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이를 원치 않았던 세입자(임차인)는 원래 약속대로 바닥공사를 할 수 없는지 확인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집주인은 이 메시지에 대답을 하지 않았고, 세입자는 그날 바로 임대차 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계약금 2000만원과 손해배상으로 2000만원을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로부터 2주가 지난 뒤, 집주인이 "약속대로 바닥 난방공사를 완료했다"고 답장을 보냈다. 입주가 이틀 남은 시점이었다. 결과적으로 계약을 지켰으니, 문제가 없다고 봐야 하는 걸까?


1·2심 "답장 안 한 것, 계약 이행 거절로 봐야"

기다리던 사람으로선 "제때 답하지 않았으니 거절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일선 법원의 생각도 동일했다.


우리 민법은 계약 상대방이 채무 이행을 지체하면, 일정한 기간을 주고 그 이행을 촉구할 것을 요구한다(제544조). 이렇게 충분히 시간을 줬는데도 끝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때 비로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즉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바로 상대방이 계약을 지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을 때다.


이런 점에서, 이 사건 1심과 항소심(2심) 법원은 줄곧 세입자 A씨 손을 들어줬다.


"집주인 B씨가 세입자의 질문에 답장을 안 한 것은, 계약 이행을 거절한 것"이라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A씨가 사건 당일에 바로 임대차 계약을 해제한 행위에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 "답장 못 할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고, 즉시 답할 의무도 없어"

그런데 이 같은 판결은 대법원에 넘어오면서 완전히 뒤집혔다. "답장을 늦게 했지만, 그게 곧 계약을 안 지키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는 설명이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달 15일 "민법상 이행 거절과 이에 따른 계약 해제가 인정되려면, (집주인) 의사를 보다 명백하게 확인했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집주인 B씨가 바닥 난방공사의 어려움을 전하고, 세입자 A씨에게 다른 대안을 제시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바닥 난방공사를 하지 않겠다는 직접적인 표현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입자 A씨가 집주인에게 문자를 보낸 뒤 당일 계약 해제 내용증명을 보낸 것도 문제로 짚었다. 대법원은 "짧은 시간 동안 확인한 문자에 대해, 즉시 답변을 못 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을 수 있다"며 "또한 집주인에게 즉시 답장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른바 '칼답'이 없었다고 해서, 이를 계약 이행 거절 의사로 단정 지어선 안 된다는 판결이었다.


그 밖에 B씨가 계약 해제 통보를 받은 뒤, 바로 인테리어 업체를 구하고 바닥 난방공사를 무사히 마쳤다는 점도 유의미하게 봤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수원지법으로 돌아갔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독자와의 약속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