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이라더니 이번엔 '사실'…같은 글 두고 말 바꾼 고소, 무고죄 될까?
'허위사실'이라더니 이번엔 '사실'…같은 글 두고 말 바꾼 고소, 무고죄 될까?
사기 전과 폭로하자 15개 혐의 '보복 고소'…스스로 주장 뒤집은 고소장

가해자의 사기 전과를 온라인에 알린 A씨가 고소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과거 자신에게 사기를 쳤던 인물의 전과를 온라인에 알린 A씨. 그는 이 일로 수년간 15개에 달하는 혐의로 고소당하며 고통받았다.
그런데 최근 A씨를 더욱 황당하게 만든 일이 벌어졌다. 가해자가 과거엔 A씨의 글을 '허위사실'이라며 고소하더니, 이번에는 동일한 글을 '사실'이라고 전제해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또 고소한 것이다.
스스로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모순된 고소. A씨는 이 가해자를 무고죄(타인을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하는 죄)로 처벌받게 할 수 있을까?
'사기 전과' 폭로에…수년간 이어진 15개 혐의 보복 고소
A씨와 B씨의 악연은 과거 동업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B씨는 A씨의 인건비를 떼먹고, 서울대 학력을 사칭하며 학원가에서 고액 강의를 팔아온 인물이었다.
이후 B씨의 사기 행각은 다른 피해자 C씨의 고소로 사실로 드러나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B씨는 병역면탈 혐의로도 재판받아 1심에서 법정구속됐다가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기도 했다.
A씨는 피해자 C씨의 허락을 받고 B씨의 사기 재판 과정과 법정구속 사실 등을 온라인에 게시했다. 그러자 B씨의 '보복 고소'가 시작됐다. B씨는 자신의 가족까지 동원해 A씨를 공갈,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 무려 5개 사건, 15개 혐의로 고소하며 압박했다. 대부분 A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허위사실'이라더니 '사실' 전제로 또 고소…스스로 모순된 주장
문제는 B씨가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자마자 A씨가 올린 과거 게시물을 두고 또다시 고소장을 낸 것이다.
과거엔 해당 게시물 내용이 '허위사실'이라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던 B씨가, 이번에는 그 내용이 '사실'임을 전제로 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말을 바꿔 고소했다. 같은 게시물을 두고 고소인 스스로 상반된 주장을 펼친 셈이다.
A씨는 B씨의 이 같은 행위가 무고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다른 피해자 C씨와 함께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변호사들 "모순된 고소, 무고죄 핵심 증거…'허위 신고 고의' 입증이 관건"
결론부터 말하면, B씨의 모순된 고소 행태는 무고죄 성립 가능성을 높이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무고죄가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B씨가 '허위임을 알면서도 처벌을 목적으로 신고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변호사들은 분석했다.
법무법인 쉴드 임현수 변호사는 "동일한 게시물을 두고 먼저 허위사실이라고 고소했다가 이번에는 사실이라는 전제로 다시 고소한 점은 자기 모순적 고소로서, 무고죄 성립 가능성이 상당히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다수 변호사들은 고소 내용이 모순된다는 사실만으로 처벌이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더신사 법무법인 남희수 변호사는 "A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다시 고소했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무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전 고소 내용과 정면으로 모순되고, A가 이미 진실을 알면서도 처벌 목적에 맞춰 사실을 바꿔 적었다는 자료가 있으면 무고 성립 여지는 생긴다"고 설명했다.
결국 B씨의 '고의'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법무법인 베테랑 황윤경 변호사는 "관건은 이번 고소와 과거 고소 사이의 차이가 단순한 죄명 선택이나 법률적 평가의 변경에 그치는지, 아니면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사실관계 자체를 뒤바꾼 것인지"라고 짚었다.
대응 방안으로 변호사들은 과거와 현재의 고소장, A씨가 받은 무혐의 처분 결정문, B씨의 사기 유죄 확정판결 등을 나란히 비교해 B씨 주장의 모순점을 명확히 드러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로웰 김훈희 변호사는 "과거와 현재의 고소장 등을 나란히 비교하여 동일 사실에 대해 A가 어떻게 상반된 주장을 했는지 표로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고죄가 인정되면 처벌은? "반복·보복성 명확하면 실형 가능성도"
무고죄는 형법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변호사들은 실제 형량이 허위 신고의 내용과 반복성, 피해 규모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B씨처럼 장기간에 걸쳐 여러 혐의로 반복적인 고소를 한 행태는 양형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법무법인 게이트 허훈무 변호사는 "사안처럼 15개에 달하는 혐의로 장기간 반복 고소해 괴롭힌 경우 실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역시 "반복적 허위 고소로 실제 수사와 재판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는 실형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법정 최저형은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아, 초범이거나 범행 경위에 참작할 사유가 있다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