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캣맘 급식 금지' 규칙 만들면, 고양이 급식 강제로 막을 수 있을까?
아파트 '캣맘 급식 금지' 규칙 만들면, 고양이 급식 강제로 막을 수 있을까?
입주민 간 갈등에 관리규약 개정 추진
변호사들 "규칙 제정은 가능, 하지만 강제력 확보는 다른 문제"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아파트 단지에 사는 A씨는 한 이웃 주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웃이 단지 내에 길고양이 집을 만들고 꾸준히 사료를 주면서부터다.
A씨는 경비실과 시청에 차례로 민원을 넣었지만, '권한이 없다'거나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A씨는 아파트 자치규약에 '길고양이 급식 금지 및 과태료 부과' 조항을 만들기로 마음먹고 관리사무소를 찾았다.
하지만 관리소장은 "그런 사소한 일로 규약을 만드는 게 아니다"라며 "설령 만들어도 아무 강제성이 없으니 포기하라"고 A씨를 다그쳤다.
정말 관리소장의 말처럼 아파트 규약으로 길고양이 급식을 막는 건 불가능하고 무의미한 일일까?
아파트 규약으로 '길고양이 급식 금지'…제정 자체는 가능
결론부터 말하면, 아파트 자치규약(관리규약)을 통해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가능하다.
변호사들은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입주자 과반수 찬성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면 관리규약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운영 기준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주택 전체에 피해를 주거나 혐오감을 주는 행위를 규약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게이트 김범석 변호사는 "공동주택관리법상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규약을 통해 단지 내 공용부분 사용에 관한 사항을 정할 수 있다"며 "'공용부분에서의 길고양이 급식·급식소 설치 금지'를 관리규약으로 규정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홍대범의 홍대범 변호사 역시 "규약에 '단지 내 공용부분에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및 사료 급여 금지'를 명시하는 것은 절차상 요건을 갖추면 가능하다"고 봤다.
'강제성 없다'는 관리소장 말, 법적으로 틀리지 않은 이유
문제는 실효성이다. 변호사들은 관리소장의 무시하는 언사가 부적절했지만, '강제성이 없다'는 말 자체는 법률적으로 상당 부분 사실에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우선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는 행정청이 아니므로 법적 의미의 '과태료'를 부과할 권한이 없다.
대안으로 '위약금' 조항을 둘 수는 있지만, 상대방이 납부를 거부하면 강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결국 민사소송을 해야 하는데, 길고양이 급식 문제로 입주민 간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드물다.
홍대범 변호사는 "사료나 고양이 집은 엄연히 해당 입주민의 재산이므로, 규약이 있더라도 관리사무소가 임의로 철거하거나 폐기하면 오히려 재물손괴죄 등으로 처벌받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관리사무소가 조치에 소극적인 이유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 역시 "규약으로 금지 조항을 두는 것은 가능하지만 과태료처럼 바로 강제되는 형식은 아니다"라며 "위반 시 시정요구나 공용부분 원상회복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공용부분'에 대한 구체적 조치 규정 필요
그렇다면 방법이 없는 걸까. 변호사들은 규약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단순히 금지하는 것을 넘어 구체적인 조치 방법을 명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핵심은 '공용부분 무단 점유'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다. 길고양이 집이나 사료 그릇이 놓인 곳이 복도, 화단 등 공용부분이라면 관리주체가 철거를 요구할 근거가 생긴다.
김범석 변호사는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 "공용부분에 무단 설치된 고양이집·사료 용기를 관리주체가 계고 후 철거·정리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함께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강희 변호사도 "단순히 '싫다'는 사정만으로는 어렵고, 악취·오염·안전 문제처럼 구체적 피해가 있어야 다툼에서 유리하다"며 "규약 문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실효성이 크게 달라지므로 철거 절차와 위반 시 조치까지 같이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동물을 학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경우 동물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