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 '알선' 혐의, 실제 거래 없어도 처벌될까?" '고의성' 입증이 관건
"대포통장 '알선' 혐의, 실제 거래 없어도 처벌될까?" '고의성' 입증이 관건
법조계 "대가 없고 실제 유통 안 됐다면 벌금·집행유예 가능성"
가석방 취소가 최대 변수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가석방으로 출소한 지 한 달, 선의로 동생을 도우려다 다시 철창 신세를 질 위기에 처한 한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리딩방 사기 사건으로 복역 후 지난 4월 사회에 복귀한 A씨의 친구는, 평소 알던 동생의 "돈이 없다"는 호소에 대포통장 유통업자를 소개해줬다가 '공범'으로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그는 소개의 대가로 어떤 돈도 받지 않았다.
경찰이 확보한 텔레그램 대화는 그를 범죄의 공범으로 지목하는 근거가 되었다.
알선죄 성립 요건: '고의'와 '대가성'
가장 큰 쟁점은 실제 범죄가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처벌이 가능한지 여부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은 대포통장(접근매체)을 넘겨주거나 빌려주는 행위뿐만 아니라, 이를 알선·중개하는 행위 자체를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
한병철 변호사(법무법인 대한중앙)는 "실제 거래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알선 행위만으로도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법적 처벌이 성립하려면 '고의성' 핵심이다.
단순히 지인의 부탁으로 연락처를 알려준 경우, 돈을 받거나 적극적으로 거래를 중개할 의도가 없었다면 알선죄의 고의가 부정될 수 있다. 기사의 사례처럼 금전적 대가를 받지 않은 점은 법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방조죄의 아슬아슬한 경계 '모닝콜'의 법적 의미
경찰이 공범의 증거로 삼는 텔레그램 단체방 참여와 동생에게 '모닝콜'을 해준 행위는 방조죄 성립 여부를 놓고 다툼의 여지가 있다. 방조죄는 주범의 범죄 행위를 물리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용이하게 했을 때 성립한다.
윤준기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율)는 "텔레그램방 참여와 같은 행위가 있을 경우 수사기관에서는 공모의 정황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병철 변호사는 "아침에 일어나라고 한 행위가 대포통장 유통이라는 범죄와 직접적인 관련성을 증명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단순한 생활관리 차원의 행위로 판단된다면 방조죄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실제로 통장 개설이 이루어지지 않아 범죄 행위 자체가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도 방조죄 성립을 다투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가석방 신분의 재범, 법적 책임의 무게
이 사건의 당사자가 가석방 상태라는 점은 사안의 위중함을 더한다. 가석방은 남은 형기를 면제해 주는 조건부 석방이므로, 가석방 기간 중 재범 시 가석방이 취소되고 남은 형기를 복역해야 할 수 있다. 여기에 이번 사건에 대한 추가 처벌까지 더해질 수 있다.
조기현 변호사(법무법인 대한중앙)는 "가석방 기간 중 재범은 가석방 취소는 물론 추가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매우 위중한 사안"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 그의 역할이 제한적이었고 금전적 이득이 없었으며, 실제 범행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다. 한병철 변호사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실형보다는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 선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이 사건은 단순한 선의가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며, 법률 지식의 중요성에 대해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