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신고자 추적·보도, '알 권리'로 방패삼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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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신고자 추적·보도, '알 권리'로 방패삼을 수 있나

2019. 08. 06 20:42 작성
김주미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joomi@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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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비실명 공익신고자 밝혀낸 기자·언론사 고발

권익위 윤선호 사무관은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도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셔터스톡⋅편집=김주미 기자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지난 5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2조 제1항을 위반한 기자와 언론사를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기자와 언론사는 한 아이돌 가수의 마약 투약 혐의와 경찰 유착 의혹을 비실명으로 대리 신고한 공익신고자의 실명과 자택을 공개하는 보도를 냈는데요.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2조는 “누구든지 공익신고자 등이라는 사정을 알면서 그의 인적사항이나 그가 공익신고자 등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공익신고자 등이 동의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공익신고 접수 건수가 4천 건에 이른다. / 그래픽=박남규 디자이너


공익신고자 공개를 무겁게 처벌하는 이유

‘공익신고’란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신고·진정·제보·고소·고발하거나, 공익침해행위에 대한 수사의 단서를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현행법상으로는 공익신고자 본인이 동의하지 않는 한 그의 인적사항 등에 대해 보도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되는데요.


이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가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점,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도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점에 비하면 매우 무거운 형벌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정하고 있을까요?


공익신고는 우리 사회 공익실현과 부패 척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장려해야 할 매우 중요한 단서입니다. 하지만 ‘제보한 사람이 누군지’로 관심이 쏠리면 공익 달성은 요원해지고 개인의 인격권이나 사생활 침해만 남게 될 수 있는데요.


신고자 자체가 독립적으로도 화제성을 가질 만한 경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번 사안의 공익신고자 역시 대형 연예기획사 연습생 출신이자 유명 연예인의 연인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관심의 집중포화를 받게 됐습니다.


권익위 윤선호 사무관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도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는 것”이라면서 “공익신고자 보호 차원에서도 언론이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지만, 취재윤리 측면에서도 이처럼 실명과 거주지 등을 보도하는 건 언론인이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비실명’ 대리신고 제도 취지 무너뜨려서야

이번 사안에 대해 권익위 민성심 심사보호국장은 “특히 실명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 비실명 대리신고 제도를 이용한 신고자의 인적사항이 언론으로 인해 밝혀진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습니다.


민 국장이 언급한 ‘비실명 대리신고 제도’는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제도로, 공익신고자가 신고서에 본인의 인적사항을 기재하지 않고, 대리인인 변호사의 이름만 밝혀 공익신고를 하는 제도입니다.


특히 신분 노출 및 불이익조치 우려가 높은 내부공익신고자의 신고 유인을 높일 수 있는 제도로 인식되고 있는데요. 2019년 6월 기준 지난 8개월간 이 제도를 이용한 누적 신고자 수는 총 10명으로, 아직까지는 이용률이 저조합니다.


이에 제도 활성화를 위한 여러 노력이 투입되는 와중에 이번 사안이 발생, 권익위와 관계 전문가들은 곤혹스러운 기색입니다.


비실명 대리신고 제도는 실명을 원칙으로 하는 공익신고제도가 불가피하게 형성한 장벽을 낮추고, 신고자 보호에 한층 주력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제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의 취지가 무분별한 언론 보도로 인해 퇴색되고 제도 자체의 신빙성까지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권익위는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에 신고자 보호를 위한 보도기준이나 윤리강령 마련, 교육 실시 등의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협조를 요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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