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다녀오자 '이혼하자'… 짐 싸서 나간 남편, 제가 뭘 잘못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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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 다녀오자 '이혼하자'… 짐 싸서 나간 남편, 제가 뭘 잘못했나요?

2025. 08. 21 16:33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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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 직후 파혼 통보

'집값 1.2억 내놔' 적반하장 남편, 법의 심판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신혼여행의 단꿈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남편은 '이혼하자'는 말과 함께 짐을 싸서 집을 나갔습니다."


결혼식 올린 지 불과 한 달도 안 된 신부 A씨의 절규다. 결혼 2주 전 파혼 위기를 극복하고 올린 결혼식이었기에 배신감은 더욱 컸다.


혼인신고도 하지 않은 채 신혼집에 홀로 남겨진 A씨는 남편 측으로부터 '집값으로 보탠 1억 2천만원을 돌려달라'는 요구까지 받으며 법률 전문가의 문을 두드렸다.


A씨의 이런 행동은 전조가 있었다. 결혼을 약속한 남편은 식을 불과 2주 앞두고 "성격 차이로 결혼 못 하겠다"며 일방적으로 파혼을 통보했었다. A씨와 가족들의 설득 끝에 두 사람은 가까스로 화해하고 예정대로 결혼식을 올렸다. 행복할 것만 같았던 신혼여행을 다녀온 직후, 사소한 다툼이 불씨가 됐다.


남편은 기다렸다는 듯 짐을 챙겨 집을 나갔고, 모든 연락을 차단한 채 이혼과 돈 반환만을 요구하고 있다.


'종이 한 장' 없는데 부부?…법원의 대답은 'YES'

A씨의 가장 큰 불안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법률혼 관계가 아니기에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입을 모아 "사실혼 관계가 성립한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명재의 이재희 변호사는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양 당사자가 혼인하겠다는 의사로 결혼식을 진행하고 신혼여행도 다녀온 후 동거를 시작했다면 사실혼 관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사실혼(事實婚)은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부부로서의 실체는 법률혼과 동일하게 인정받는 관계를 뜻한다.


'네 맘대로 끝?'…부당파기 책임, 돈으로 물을 수 있다

그렇다면 A씨는 일방적으로 관계를 파탄 낸 남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남편의 행동이 '사실혼 부당파기'에 해당하므로 위자료와 손해배상 청구가 모두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김경태 변호사는 "A씨에게 특별한 잘못이 없음에도 남편이 사실혼 관계를 파기한 것이라면, 이에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과 더불어 혼인을 위해 지출한 결혼식 비용 등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희 변호사는 통상 위자료 액수가 "1000만원에서 5000만원 사이, 보통 3000만원 선에서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A씨가 결혼식을 위해 지출한 비용 역시 무의미하게 됐으므로 손해배상 대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내가 준 집값 1.2억은 뱉어내!'…돌려줘야 할까?

하지만 A씨에게도 의무는 있었다. 바로 남편이 신혼집 마련에 보탰던 1억 2천만원을 돌려줘야 한다는 점이다. 변호사들은 사실혼 관계가 해소될 때도 재산분할 절차를 거치는데, A씨의 경우 혼인 기간이 극히 짧아 각자 가져온 재산을 그대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법률사무소 세율의 오윤지 변호사는 "사실혼 관계가 끝나면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하므로 남편이 준 주택자금은 돌려줘야 한다"고 명확히 했다. 이 돈은 남편의 고유 재산(특유재산)으로 인정되며, 짧은 기간 동안 A씨가 재산 형성에 기여한 바가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박네라 변호사는 실질적인 조언을 건넸다. 그는 "지금 당장 1억 2천만원을 돌려주기보다, 남편에게 청구할 위자료 및 손해배상금 액수가 정해진 뒤에 서로 주고받을 돈을 계산해 차액만 정산하는 '상계'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소송에 대비해 남편의 일방적인 이혼 요구가 담긴 문자나 녹취 등 증거를 확보해두는 것도 필수다.


결혼식의 축복은 한 달도 안 돼 악몽으로 변했지만, 법은 A씨의 찢긴 마음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과 함께 냉정한 재산 관계의 정리를 요구하고 있었다.


A씨는 이제 감정적인 호소를 넘어, 차가운 법의 저울 위에서 자신의 권리를 증명해야 할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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