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소견서 냈는데…경찰 '도검 소지' 불허
의사 소견서 냈는데…경찰 '도검 소지' 불허
'정신과 진단 없다' 항변…재량권 남용 논란 점화

정신과 의사의 '문제없음' 소견서에도 경찰이 과거 이력 등을 근거로 도검 소지 허가를 불허해 논란이다. / AI 생성 이미지
정신과 의사로부터 '도검 소지에 문제가 없다'는 소견서까지 받아 제출했지만, 경찰이 '불안·우울 장애 의심'을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연인과 다퉜던 신고 이력까지 불허 사유로 삼자, 법조계에서는 경찰의 재량권이 과도하게 행사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부당한 처분에 맞서 행정심판과 소송을 통해 권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의사가 괜찮다는데"…경찰의 황당한 불허 통보
도검 소지 허가를 신청한 A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담당관의 안내에 따라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면담과 심리검사를 거쳐 '도검 소지에 문제가 없다'는 소견서까지 제출했지만, 경찰로부터 돌아온 것은 불허가 통보였다.
경찰은 전화 통화에서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13조 2항을 근거로 들며, 결격사유는 아니지만 내부심의 결과 불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정신과 의사분이 괜찮다 했는데, 왜 경찰이 사람을 낙인을 찍나요?"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과거 신고 이력과 약물 처방...경찰이 내세운 두 가지 이유
경찰이 불허 사유로 제시한 근거는 두 가지였다. 첫째, 정신과 소견서에 A씨가 강박 행동으로 처방받은 약물(SSRI) 관련 내용이 없다는 점. 둘째, 몇 달 전 여자친구와 말다툼으로 경찰에 신고되었던 이력이 있다는 점이다.
해당 신고 건은 정식 입건 없이 종결 처리된 사안이었다. 경찰은 이 두 가지를 토대로 A씨에게 진단받은 적도 없는 '불안·우울 장애'가 의심된다며 공공의 안전을 위해 허가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법조계 "의학적 판단 무시, 재량권 남용 소지"
법률 전문가들은 경찰의 처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총포·도검 허가는 공공안전을 위해 행정청에 폭넓은 재량권이 인정되는 영역이지만, 그 재량이 무한정인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서울종합법무법인 서명기 변호사는 "정신과 전문의가 ‘도검 소지에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명확히 밝혔음에도, 경찰이 단순한 약물 복용 사실이나 과거 불입건 신고 이력만으로 불안·우울 장애를 단정하여 판단하였다면, 이는 판단 근거가 충분한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라고 꼬집었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 역시 "객관적 근거 없는 판단은 재량권 일탈ㆍ남용으로 다툴 여지가 충분합니다"라며 경찰의 판단이 합리적 근거에 기초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행정심판과 소송...권리 구제 절차는?
전문가들은 A씨가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통해 불허 처분의 취소를 다퉈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변호사 김일권 법률사무소의 김일권 변호사는 "행정심판이 기각된다면, 행정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라고 명확히 밝혔다.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불허가 처분서를 서면으로 받아 구체적인 사유를 확인하고, 약물 처방이 위험성과 무관하다는 점을 보강한 의사 소견서, 불입건으로 종결된 신고 내역 등을 증거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일부 변호사들은 안전 관련 사안에서 법원 역시 경찰의 재량을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