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카톡 '뒷담화' 몰래 찍어…'참교육'은커녕 '전과자' 될 판
사장님 카톡 '뒷담화' 몰래 찍어…'참교육'은커녕 '전과자' 될 판
전문가들 "불법 수집 증거, 법정 효력 없어…오히려 비밀침해죄로 역고소 당할 위험 커"

자신을 욕하는 사장의 카톡을 몰래 촬영한 직장인이 정보통신망법상 비밀침해죄로 처벌받을 위기에 놓였다. / AI 생성 이미지
우연히 본 사장의 컴퓨터에서 자신의 '뒷담화'를 발견한 직장인 A씨. 분노에 차 증거 사진까지 찍었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행동이 오히려 자신을 '피의자'로 만들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평소 자신에 대한 험담을 의심하던 A씨는 사장의 컴퓨터에 켜져 있던 카카오톡 대화창을 우연히 보게 됐다. 사장과 그의 친구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는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수준의 욕설과 비방이 가득했다.
A씨는 이를 고소하기 위한 증거로 남기기 위해 휴대폰으로 화면을 촬영했다. 이 증거로 사장을 모욕죄로 고소하고 정신적 피해 보상을 받길 원했지만, 변호사들의 답변은 기대와 정반대였다.
'찍은 자'와 '욕한 자', 누가 더 큰 죄일까
가장 큰 쟁점은 A씨가 증거를 수집한 행위의 '불법성'이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는 A씨의 행위가 정보통신망법상 '비밀침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보통신망법 제49조는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이를 근거로 A씨의 행위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임을 분명히 했다.
반면 사장의 '뒷담화'는 모욕죄 성립부터 쉽지 않다.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공연성', 즉 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모욕이 이뤄져야 한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사적인 대화라도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대화방 참여 인원수나 대화 내용의 전파 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리라법률사무소 김현중 변호사는 "사장의 친구들이 A씨의 신상을 모르는 상태라면 모욕죄 고소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결국 법의 저울은 '욕한 자'보다 '몰래 찍은 자'에게 더 무겁게 기울 수 있는 상황이다.
'독이 든 과일'…불법 증거, 법정에서 통할까
설령 사장의 모욕죄가 성립한다 해도, A씨가 찍은 사진은 법정에서 증거로 쓰이기 어렵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이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집한 증거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형사소송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고소하더라도 상대방을 처벌할 수 없고 오히려 A씨가 처벌될 사안"이라고 단언했다.
법무법인 정우 나상혁 변호사 역시 해당 증거를 제출할 경우 역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다른 증거를 확보해 고소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론 예외의 가능성을 제시한 소수 의견도 있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자신의 권리구제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점에서 위법성이 조각될(범죄 성립을 막는 사유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이는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만큼, 위험을 감수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참교육" 하려다 '배보다 배꼽'…민사소송의 현실
형사고소가 어렵다면 민사소송은 어떨까. A씨는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법률사무소 새율 최성현 변호사는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배상액이 크지 않아 소송비용 대비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사장의 '역공'이다. 조기현 변호사는 "오히려 상대방이 A씨의 불법행위에 대해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더 큰 배상책임이 인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씨가 받을 수 있는 위자료보다, A씨가 사장에게 물어줘야 할 손해배상액이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법률 전문가들은 A씨에게 무리한 법적 대응을 자제하라고 입을 모은다. 최성현 변호사는 "회사 내 고충처리절차나 노동부 진정 등 다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억울함을 풀기 위해 찍은 '결정적 증거' 한 장이, 오히려 자신을 옥죄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뼈아픈 현실을 마주하게 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