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허락도 없이?" 집주인의 '하수구 수리', 범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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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허락도 없이?" 집주인의 '하수구 수리', 범죄일까?

2026. 05. 19 12:23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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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 위 머리카락 뭉치… 세입자 동의 없는 출입, 법적 책임은?

세입자 부재 중 집주인이 무단으로 출입해 집을 어지럽히고 간 사건이 발생했다. / AI 생성 이미지

3일 만에 돌아온 집은 악취와 오물로 가득했다. 집주인은 "하수구 수리를 했다"고 하지만, 변기 위에는 불쾌한 흔적까지 남았다.


과거 다른 용도로 알려준 비밀번호를 이용한 집주인의 무단 출입, 과연 주거의 평온을 지켜야 할 임대인의 정당한 관리 행위일까, 아니면 처벌 대상인 범죄일까? 법률 전문가들의 엇갈리는 분석과 현실적인 대응 전략을 알아본다.


문 열자 덮친 악취…변기 위엔 '보란 듯한' 머리카락


사흘 만에 집에 돌아온 세입자 A씨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코를 찌르는 악취에 숨을 멈췄다. 원인은 화장실이었다. 집주인이 A씨가 집을 비운 사이, 과거 정수기 수리 때문에 알려줬던 비밀번호를 이용해 들어와 하수구 작업을 한 것이었다.


집주인은 "치웠다"고 했지만, 화장실 바닥과 벽에는 정체불명의 찌꺼기가 말라붙어 있었다. 불쾌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변기 커버 위에는 보란 듯이 머리카락 한 뭉치가 놓여 있었다. A씨는 "너무 당황스럽고 불쾌하다"며 법적 대응의 실익이 있는지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했다.


"명백한 주거침입" vs "관리 목적"…변호사들의 엇갈린 시선


법률 전문가들은 임대차 계약이 유지 중이라도 세입자의 동의 없는 출입은 '주거침입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상훈 변호사는 "이전 정수기 수리 목적으로 비밀번호를 공유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번 하수구 작업에 대한 포괄적 동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무단 침입의 정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한병철 변호사 역시 "주거침입과 재물손괴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며 법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나 임대인의 '수선 의무'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서명기 변호사는 "임대인 측에서는 긴급 조치 또는 묵시적 동의가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형사상 주거침입죄가 바로 명확하게 인정될지는 사실관계에 따라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집을 관리할 의무와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고소장부터 쓰기 전, 반드시 챙겨야 할 '이것'


그렇다면 A씨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대응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감정적인 고소·고발에 앞서 '증거 확보'와 '명확한 의사 전달'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진훈 변호사는 오염 상태를 촬영한 사진과 영상, 청소 및 소독에 필요한 비용 영수증, 집주인과의 통화 녹음이나 문자 등 확보할 수 있는 증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렇게 증거를 확보한 뒤, 곧바로 법적 절차에 들어가기보다는 단계적인 대응이 실익 면에서 유리하다는 게 중론이다.


강민기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첫 대응은 임대인에게 무단 출입 사실에 대한 항의와 재발 방지 요구를 서면 또는 문자로 명확히 남겨두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즉시 현관 비밀번호 변경 ▲사진·영상 등 증거 확보 ▲내용증명이나 문자로 재발 방지 약속 요구 ▲이후에도 문제가 반복될 경우 형사 고소 및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순으로 대응할 것을 권했다.


형사 처벌 자체보다는 재발 방지와 임대인에게 경각심을 주는 효과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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