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아라? 법무부 '기자 통제' 논란
재판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아라? 법무부 '기자 통제' 논란
"오보 낸 기자 검찰청 출입 금지" 법무부 발표에, 언론들 "기준이 뭐냐"
검사와 기자의 개별적 만남 금지 "언론 담당 검사만 만나라"

법무부는 오보를 낸 기자는 검찰청에 출입이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 공보준칙을 제정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연합뉴스
앞으로 오보를 낸 기자는 검찰청에 출입이 금지된다. 어떤 기사가 오보인지는 검찰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한다. 또 검찰청마다 대변인 역할을 맡는 검사(공보관)를 제외하고는 기자가 다른 검사들을 만나선 안 된다. 법무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 공보준칙을 제정했다고 30일 발표했다. ‘기존 수사관행의 개선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발표 소식이 전해지자 언론사들은 “오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자의적으로 취재 제한이 이뤄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사건관계인이나 검사의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쓴 경우’를 누가 어떻게 판단할 거냐는 말이었다. 이날 발표된 규정에는 검찰총장과 각급 검찰청 수장이 판단하도록 했다. 법무부는 “종전 수사공보준칙에도 유사한 조항이 있다"고 반박했다.
오보를 낸 기자는 검찰청에 출입이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 공보준칙이 30일 배포됐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보도자료
이와 관련해 법무부가 거짓말을 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법무부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지난 4월부터 언론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고 적혀 있었는데, “사실이 아니다"는 논란이 인 것이다. 법무부가 지난 21일 언론사에 초안을 배포한 것까지는 맞다. 하지만 이 초안에는 문제의 ‘오보 조항'이 빠져 있었다.
이 밖에도 내사를 포함해 수사상황과 피의사실 등 형사사건 관련 내용은 원칙적으로 공개가 금지된다. 공개소환과 압수수색·체포·구속 등 수사과정에 대한 촬영도 불허된다. 구치소 등 수용기관도 피의자나 피고인이 법원·검찰에 출석할 때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규정을 의무화했다.
법무부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사실 흘리기’ ‘망신주기식 수사’ ‘여론재판’ 등을 통해 법원 재판 전에 사실상 범죄자로 낙인찍혀 인권이 침해되고,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가 사문화되고 있다는 국회와 사회 각계각층의 비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자들이 연락 해왔을 경우의 가이드 답변을 규정해 배포했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보도자료
형사사건에 대한 구두 브리핑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구두 설명은 각급 검찰청의 장이 사전 승인한 공보자료 범위 내로 제한되고, 공보 창구도 수사나 공소 유지 업무에 관여하지 않는 전문공보관으로 일원화된다.
공보관이 아닌 검사와 검찰수사관은 언론사와 개별 접촉이 허용되지 않는다. 각 검찰청마다 공보관은 1~2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기자들이 만날 수 있는 검사는 많아야 2명이라는 말이다.
법무부는 이날 보도자료에 기자들이 연락을 해왔을 경우 이렇게 말하라고 ‘가이드’ 했다. “저는 그 사건에 대하여 답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으며, 공보업무 담당자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수사 상황을 공개할 수 있는 예외 규정도 있긴 하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중요 사건의 경우 외부 위원이 참여하는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예외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이름과 기관명은 ‘익명’의 형태로 외부에 알리도록 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