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쓴 부부재산계약서, 혼인신고 전 '등기' 안 하면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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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쓴 부부재산계약서, 혼인신고 전 '등기' 안 하면 무용지물

2026. 08. 27 11:21 작성2026. 08. 27 11:21 수정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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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재산계약, 등기 여부로 상속액 최대 6억 차이

계약서 서명만으론 제3자에 주장 불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8년 만에 남편을 갑작스레 잃은 A씨는 장례도 채 끝나기 전에 시어머니와 30억 원 규모의 상속재산을 두고 첨예한 갈등에 휘말렸다.


결혼 전 남편과 직접 작성해 서명까지 마친 '재산 절반 공유 계약서'가 손에 있었지만, 시어머니는 "너희끼리 쓴 종이 쪼가리"라며 일축했다. 과연 이 계약서는 법적으로 아무런 힘이 없는 걸까.


27일 YTN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혼인 전 부부재산계약의 효력과 상속재산 분할 문제를 놓고 법무법인 신세계로 박수민 변호사가 자세한 법률 해설을 내놓았다.


사업가 남편과 나눈 약속, 계약서에 담기까지

A씨는 대학 시절 7살 연상의 남편을 만나 졸업 직후 결혼했다. 사업가였던 남편은 늘 "잘되면 같이 잘되고, 어려워도 같이 감당하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 책임감에 믿음이 생긴 A씨는 혼인신고 전 남편과 특별한 약속을 문서로 남겼다.


결혼 후 함께 모으는 재산은 명의가 누구에게 있든 반드시 절반씩 나눈다는 내용의 계약서였다. 두 사람 모두 서명까지 마쳤다.


다행히 남편의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8년 사이 남편 명의로만 30억 원에 달하는 재산이 쌓였다.


이제 아이를 가져볼 여유도 생겼다 싶었던 찰나, 남편이 거래처를 다녀오다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장례를 마치기도 전에 상속재산 문제로 시어머니와 갈등이 불거졌다.


A씨가 계약서를 꺼내 들며 "이 재산의 절반은 원래 제 몫"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어머니는 "내 아들 이름으로 된 재산이니 법대로 나누자"며 물러서지 않았다.


부부재산계약, 등기 없으면 제3자에겐 효력 없어

박수민 변호사는 계약서 등기 유무에 따라 상속받을 금액이 6억 원 이상 갈린다고 지적했다.


A씨가 남편과 작성한 계약은 법적으로 '부부재산계약'에 해당한다.


민법은 부부 사이의 재산 문제를 원칙적으로 당사자 합의에 맡기고 있어, 혼인신고 전에 재산에 관한 약정을 자유롭게 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민법에는 부부재산계약을 혼인신고 전까지 '등기'해 두지 않으면, 그 내용을 부부의 승계인이나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없다는 중요한 조항이 있다.


박 변호사는 "남편이 사망하면서 상속인이 된 시어머니는 여기서 말하는 '승계인' 또는 '제3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계약서를 등기해 두지 않았다면, A씨는 시어머니에게 "이 재산의 절반은 원래 내 것"이라고 법적으로 주장할 수 없게 된다.


등기 여부에 따라 18억이냐 24억이냐

그렇다면 실제 상속금액은 어떻게 달라질까.


자녀 없이 배우자와 직계존속만 남은 경우, 배우자에게는 법정상속분에 5할이 가산된다. 그 결과 A씨가 5분의 3, 시어머니가 5분의 2의 비율로 상속받게 된다.


부부재산계약을 등기해 두었다면 계약이 시어머니에게도 효력이 미치므로, 남편 명의 30억 원 중 절반인 15억 원은 처음부터 A씨의 고유 재산으로 분리된다.


상속 대상은 나머지 15억 원이고, 이를 3대 2로 나누면 A씨가 9억 원, 시어머니가 6억 원을 상속받는다.


여기에 A씨의 고유 몫 15억 원을 더하면 최종적으로 A씨는 총 24억 원을 확보하게 된다.


반대로 등기를 하지 않았다면 30억 원 전부가 상속재산이 되어 A씨는 18억 원, 시어머니는 12억 원을 각각 나눠 갖는다.


그러니 시어머니가 너희끼리 얘기라고 하시는 게 감정적 반응만은 아니고, 법적으로도 시어머니께 상당한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라고 박 변호사는 부연했다.


지금 당장 등기부터 확인하고, 협의분할 먼저 시도를

박 변호사는 A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부부재산약정등기부등본 발급'을 꼽았다.


그는 "등기가 되어 있다면 24억 원을 확보할 강력한 무기가 된다"면서도, 계약서의 존재만으로 방심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남편의 순재산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한편, 시어머니와의 원만한 협의분할을 이끌어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박 변호사는 예비부부들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혼인 전 부부재산계약을 맺을 계획이라면 반드시 혼인신고 전에 등기까지 마쳐야 한다"며 "부부재산약정등기는 일반 부동산 등기와 별개의 절차여서 관할 등기소에 따로 신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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