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못 잡아도 돈은 받는다…티켓 사기, '통장 주인' 멱살 잡은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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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못 잡아도 돈은 받는다…티켓 사기, '통장 주인' 멱살 잡은 피해자들

2025. 11. 07 09:3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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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계좌 빌려준 과실 책임 무겁다" 판결 잇따라…'성명불상 소송'으로 피고 특정 후 손해배상 청구 가능

콘서트 티켓 사기 피해자가 주범 검거가 어렵자 대포통장 명의자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내 돈 120만원, 이대로 끝?"…사기범 대신 '통장 주인' 쫓는 피해자


꿈에 그리던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구하려다 120만원을 날린 A씨. 경찰 수사가 '대포통장'이라는 벽에 막히자, 그는 사기범 대신 범죄에 이용된 통장의 주인을 직접 추적하기로 결심했다.


지난 5월 A씨는 트위터에서 한 판매자와 접촉해 텔레그램으로 대화를 나눴다. 티켓 값 30만원을 입금하자 판매자는 "입금자명이 다르다", "환불해주려면 돈을 더 보내야 한다"는 황당한 요구를 늘어놨다.


홀린 듯 돈을 보내다 총 120만원을 입금하고서야 사기임을 깨달은 A씨. 경찰에 신고했지만 돌아온 건 "범죄 이용 계좌라 주범 추적이 어렵다"는 절망적인 답변뿐이었다.



"통장 빌려준 당신도 공범"…법원의 준엄한 철퇴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한 줄기 빛이 보였다. 같은 사기꾼에게 당한 다른 피해자가 대포통장 주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걸어 돈을 돌려받았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지만, 범행의 '도구'가 된 통장 주인에게 책임을 물어 피해를 회복한 사례는 A씨에게 새로운 희망이 됐다.


법조계는 사기 주범을 잡지 못하더라도 대포통장 명의자에게 민사상 책임을 묻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경태 변호사(김경태 법률사무소)는 "자신의 통장이 범죄의 숙주가 되도록 내버려 둔 행위 자체에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설령 명의자가 사기에 쓰일지 몰랐다고 주장하더라도,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계좌를 양도했다면 '과실에 의한 방조'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법원도 대가를 받고 통장을 넘기거나 유령회사 명의로 계좌를 만들어 양도한 명의자들에게 "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방조행위를 했다"며 피해자에게 돈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수원지방법원 2021나96624 판결 등).



이름도 주소도 모르는데…'성명불상 소송'이 열쇠

통장 주인의 이름도, 주소도 모르는 상황에선 어떻게 소송을 시작할 수 있을까.


해답은 '사실조회 신청' 제도에 있다. 우선 민사소송을 제기하며 피고(소송 상대방)를 '성명불상'으로 기재한다. 이후 법원을 통해 해당 은행에 계좌 명의자의 인적사항(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을 알려달라는 '사실조회'를 신청하는 것이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는 "민사소송의 소멸시효는 불법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이므로, 경찰 수사만 기다리기보다 성명불상으로 빠르게 소송을 진행해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원의 회신으로 명의자 정보가 확인되면, 당사자 정보를 수정해 소송을 본격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



승소해도 끝이 아니다…'변제 능력'이 마지막 관문


다만 소송에서 이기는 것과 실제 돈을 돌려받는 것은 다른 문제다. 승소 판결은 돈을 받을 '권리'를 법적으로 확인받는 절차일 뿐, 만약 대포통장 명의자가 아무런 재산이 없는 빈털터리라면 판결문은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다.


하진규 변호사(법률사무소 파운더스)는 "계좌주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검거될 확률이 높으므로 형사 고소 단계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수사 상황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티켓 사기 피해자가 돈을 되찾기 위해서는 송금 내역 등 증거를 철저히 확보하고,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병행하며 명의자의 변제 능력까지 고려하는 다각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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